김 종 연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의과학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과학적인 재현성일 것이다.

그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연구방법론상 윤리적이냐 하는 것이다.

연구의 윤리성은 그동안 점점 강화되어 실험동물에게도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며, 연구자들은 실험 전 실험방법의 윤리성에 대하여 규정을 준수하고 공인된 기관에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은 처음에는 난자 획득에 대한 윤리성 논쟁에서 시작되었다.

윤리는 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이기위해서 지켜야 만 하는 자연의 도리를 말 함이다.

그러나 윤리란 절대 불가변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서 다르다. 즉 문명, 종족, 경제, 정치 등의 인위적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윤리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제기된 황우석 교수의 난자채취에 대한 윤리와 연구진위논쟁을 보면서 느낀 것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다루는 것들이 너무나 감성위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윤리적인 문제라면 윤리의 본질,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 왔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저명 의과학잡지가 국제적인 윤리기준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서양 선진국가에서 규정하는 생명윤리와 연구의 잣대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지금 문제의 본질은 방법론적인 문제에서 논문의 진위성에 관한 윤리성 문제로 옮겨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결과와 그것의 재현성이다.

재현성이란 누구나 같은 방법으로 시도하였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하며 재현성이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과학적인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황교수 논문 진위여부의 핵심쟁점은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성공과 존재여부에 있다.

즉 정자가 아닌 환자의 체세포를 자체의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환자의 유전자와 완전히 동일한 줄기세포를 만들었느냐 하는 점이다.

논문에는 11명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한 각각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증명하는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이것이 11개 각각의 줄기세포를 찍은 것이 아닌 불과 2-3개의 줄기세포를 중복 촬영 조작하여 게재하였다는 것과 아예 환자의 체세포를 가진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으며, 수정란(정자가 수정된 난자) 에서 분화된 줄기세포를 체세포로 복제된 줄기세포로 조작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입증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에서는 줄기세포와 환자 체세포에서 추출한 2가지 DNA 가 유전적으로 완전히 같은지의 여부를 검사하여야 하는데 줄기세포가 아닌 환자의 체세포에서 분리한 동일 DNA를 사용한 것이 아닌 가하는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쟁점은 성공률인데 당초 알려진 10% 대의 성공율이 아닌 1% 이하의 성공률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일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과학자로서의 윤리를 크게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과학자의 데이터 조작은 그 결과를 믿는 다른 과학자나 일반인들에게 크나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황우석 교수의 수차례에 걸친 해명은 위의 의혹들을 해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논문을 철회한 것은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 행동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번 일로 의과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과학자가 양심을 속이는 논문을 싣는 경우에 그 파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신인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윤리라는 것은 상식적인 선위에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오랫동안 유교의 예 사상에 기인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기상을 지닌 서구의 윤리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의과학은 생명과학의 하나로서 인류의 웰빙을 위한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의과학 연구는 엄격한 윤리적 토대를 필요로 한다.

많은 나라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학과나 대학원에서는 필수적으로 생명과 과학연구에 대한 윤리를 배워야만 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의과학자가 자신의 업적에만 집착할 경우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만한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과 거짓 가공된 결과로서 다른 과학자나 일반인들에게 잘못된 믿음이나 오류를 저지르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사실상 인간복제를 가능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기존의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가공할 변종 슈퍼 병원균을 인위적 또는 부주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 있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 등의 기법으로 변이종이나 이질 종간의 중간 종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반인반수도 희랍시대의 신화가 아닌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조상은 고래로 자연과 인륜을 거슬리는 것은 재앙을 불러온다고 보았다. 눈앞의 이익이 전부는 아니다.

비록 눈앞의 과일이 크고 탐스러워 보이더라도 먹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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