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호 <대구보건대 금융재테크정보과 교수>

몇 해 전 한 신용카드 CF에서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카피가 씨를 뿌리면서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만발했다.

출판계에서도 ‘부자’ 관련 서적이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며 ‘부자 되기 열풍’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는 대형 서점 재테크 코너로 고객들의 발길을 옮기게 했고, 각종 재테크 강좌에도 사람들을 모이게 했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동호회까지도 부동산을 비롯한 재테크 전문가를 초청하여 ‘부자되기’ 강좌를 열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물론 부자는 돈을 많이 가져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사람을 이르겠지만 ‘진정한 부자’의 의미도 그와 같진 않을 것이다.

월가의 황금손이자 살아있는 투자의 전설, 세계 2위 갑부로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으로 꼽히는 워렌버핏은 그렇게 많은 부와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우 소박하고 절약적인 생활을 하면서 기부 문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한다.

그는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20달러 짜리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지금도 40여 년 전 3만 달러를 주고 산 집에서 살고 있으며 중고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재산 중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이는 ‘성공이 곧 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열정을 가지고 성공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의 검소한 삶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워렌버핏의 검소한 생활과 정신이 오랜 기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미국 대학생들의 80%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의 순위가 기부순위와 비슷하고,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이나 자선, 기부와 같은 덕목을 함께 고려하여 부자의 순위를 매긴다고 하니, 자신의 부를 혼자 누리거나 자식에게 물려주기에 급급한 우리의 ‘부자 문화’와는 다른 것이 확연하다.

물론 소비가 미덕은 아니다. 그러나 올바른 목적을 가지고 올바른 곳에 돈이 쓰여진다면 소비는 미덕이 되고 투자가 되는 것이다.

돈은 이를 현명하게 다루는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돈의 가치는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단순히 남들이 다 부자되기를 바라고 잘먹고 잘살기를 바라니까 그 유행에 따라서 부자가 되려고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는 열정, 그리고 내면에서 들리는 이타심의 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바로 존경받는 진정한 부자로 거듭나는 길이다.

따라서 물질적인 풍요가 충족된다 해도, 아무리 많은 돈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정신적인 마음 자세가 부자의 그것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부자라고 할 수 없다.

최근 길상사 전 회주인 법정(法頂) 스님이 한 법회에서 ‘잘사는 법’에 대해 법문을 했다.

스님은 가난이 미덕일 순 없지만 가진 만큼 행복해지는 건 아니고 세상을 떠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업(業)만 따라간다며, 이웃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진정한 부자가 되기를 기원했다.

스님은 진정한 부자란 가진 것이 많건 적건 덕을 닦으면서 사는 사람이며, 덕이란 이웃에 대한 배려이며 이웃과 나눠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님은 부자라고 해서 늘 부자가 아니고 지금 가난하다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가난한 것만은 아니며, 어려운 이웃과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자 곧 부자라고 설파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부자가 되기보다 잘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화두를 법회에 모인 대중에게 던졌다고 한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은 너무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삶이 어려워 50대 여성 100명 중 54명이 조건이 형편없는 일자리에 나섰다고 하며, 온 국민을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세계적 연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고, 겨울 초입부터 몰아친 한파와 ‘눈폭탄’으로 표현되는 호남 지역의 폭설도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사회복지 관련 모금이나 복지시설을 찾는 손길은 예년보다 뚝 떨어지고 있다는 등 온통 무거운 소식밖에 없다. 워렌버핏같은, 법정스님이 설파한, 진정한 부자가 간절한 시기다.

재주도 없는 사람이 ‘시론’의 자리를 빌어 독자와 만난 지도 일년이 되었다.

그 기간은 힘든 고역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시간이었으며 독자와 만나는 기쁨의 시간이기도 했다.

한 해를 마치며 새해를 여는 즈음,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한 시기다. 우리 모두 진정한 부자의 여유를 가지길 기원한다.

부자되세요!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