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 변호사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런던 올림픽의 여운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불꽃 튀는 선의의 경쟁, 젊음의 힘과 환희, 그들 뒤에 있는 애국심 그 모두가 볼거리 중의 볼거리였고 장관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폐막식의 화려함도 일품이었다. 신나는 음악과 현란한 조명, 하늘을 수놓는 불꽃의 절묘한 구성은 과연 그 방면에서 일가견이 있는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선수들은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4년 동안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한 땀을 흘렸고, 올림픽에서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끝마친 사람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그리하여 폐막식에서 정말 홀가분하게 그 화려함을 맛볼 수 있고 불꽃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래 일하고 오래 기다린 선수들에게 그 보다 더한 화려함을 선물한다 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으리라.

필자는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 불꽃을 보면서 포항의 불빛 축제를 생각했다. 포항국제불빛 축제는 올해로서 제9회를 맞이했다. 한여름 밤 포항에서 쏘아지는 화려한 불꽃은 과연 장관이다. 포항 불빛 축제는 갈수록 연출이 성숙되고,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포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초창기보다는 기간이 늘어나고 부대행사가 많아지면서 나름대로 축제의 의미를 되살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포항시민은 야밤에 불꽃을 쏘아 올릴 만큼 대단한 일을 한 것일까. 밤에 불꽃을 쏘아 올리려면 낮에 그만큼 일해야 한다. 일하지 않고 불꽃을 쏘는 것은 불꽃을 위한 불꽃에 불과하다.

포항의 불빛 축제는 불빛 그 자체를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 이전에 땀흘리고 노력하고 경쟁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축제는 생산과 연결되거나, 전 시민과 연결되는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불빛 축제만을 위한 불빛 축제'는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에 불과하다. 그 불빛은 안도와 기쁨을 주는 것이 아니고 불안과 걱정을 가중시킨다.

"불꽃을 쏘아 올리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 텐데 그만한 효과가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불빛 축제로 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포항경제에 일부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는 것 없이 사람을 불러서는 안 되고, 돈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축제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뿌듯하게 만들어야 하고 공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포항의 불빛 축제는 오래 기다리고 일한 사람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현재의 포항 불빛축제는 일하지도 않고 놀아야 하는, 무엇 때문에 하는 축제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축제이다. 포항의 불빛 축제는 하나의 큰 테마가 있어야 한다. 그 테마가 축제의 이름이어야 하고 불꽃놀이는 그 축제의 일부분이어야 한다. 그 테마는 전국에서 유일하면서도 포항의 특성을 살린 것이어야 한다.

포항에서 좀 더 생산적인 축제가 열리고 뒤풀이로 불꽃이 쏘아 진다면,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떳떳할 것인가. 포항에서 올림픽이라도 열리고 그 폐막식으로 현재와 같은 불꽃을 쏘아 올린다면 얼마나 포항시민의 가슴이 후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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