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를 파고드는 찬바람이 세밑의 스산함을 더해준다. 연일 경쟁이나 하듯 기온이 내려가니, 가뜩이나 한 해의 마무리에 바쁜 마음을 더욱 재촉한다.

병원 모퉁이에 자리 잡은 붕어빵 포장마차는 그런대로 바람을 막을만하다.

이렇게 손끝이 시리게 추운 날엔 따뜻한 어묵 국물이며 붕어빵이 제격인데, 조금 전 분분히 흩날리던 눈발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통 없다.

오늘의 목표량을 채우려면 아무래도 붕어빵을 들고 병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적어도 하루 치 반죽은 다 구워야만 내년까지 특장차의 바퀴 하나 정도는 보탤 것이기에…

이곳 햇빛 마을 어르신들은 반 이상이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런데도 현 복지 정책에서는 장애인 시설에만 특장차가 지원되니, 고육책으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매일 봉사자들이 돌아가며 세 시간 정도 장사를 하면, 어느 정도 수익이 남는다.

사 먹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 추억도 되살리고, 추위도 녹이고 사랑도 보태니 그야말로 ‘사랑의 붕어빵’이다.

수요일이면 나와 친구들은 붕어빵 장수가 된다. 처음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팥을 너무 넣어 밖으로 내비치어 모양이 없거나, 덜 익어 판에서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반죽을 적게 부어 꼬리 쪽이 잘려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법 모양새 반듯하고 속이 꽉 찬 싱싱한(?) 붕어빵을 후딱후딱 구워낸다.

붕어빵은 굽는 그 자리에 서서 먹어야 제 맛이다. 뜨거운 붕어를 들고 후후 불어가며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뜨거운 팥소에 혀를 데기도 하지만, 집에서 편하게 먹을 건 못된다.

풀이 죽어 찌그러진 붕어빵은 며칠 지난 횟감처럼 신선도가 떨어진다.

판 위에 붕어빵이 수북이 쌓일수록 걱정이 되었다. 조금 지나면 모양도 없어지고 맛도 떨어져 팔 수 없을 텐데… 우리들은 연신 밖을 내다보았다.

누구든 지나기만 하면 팔리라. 마침 버스에서 내린 아주머니를 보고 합창을 하였다.

“붕어빵 사세요. 따끈하고 맛있어요.”

그녀는 힐끗 돌아보더니 종종걸음을 치며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무색해진 우리는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차를 몰고 가던 노신사 한 분이 차에서 내리더니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온다.

뜨거운 국물 한 모금 마시더니, 어묵 두어 개를 드시곤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고는, 거스름돈을 내주자, 손 사레를 치며 사라진다.

아마도 이런 분들 덕분에 내년 봄 어르신들의 나들이가 한결 수월해지리라. 따끈한 국물은 그 분이 드셨는데, 우리도 덩달아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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