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영 환 <경북통상 고문>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세밑이 되면 대다수 사람들은 반성한다. 그들은 거짓을 되풀이하지 않으며 진솔한 마음으로 타인과 화목하게 살고자 다짐하기도 한다. 거짓은 인간 본성인 이기심의 발로인데.

지혜가 사람간 관계의 파탄을 막기 위해 개입되는 과정이 바로 반성인 것이다.

한해가 저무는 12월에는 별거중인 부부가 화해하여 재결합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하고, 정치·사회 쟁점으로 심하게 다투는 정치권도 타협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왔다. 지난해 연말에 국회에서 사학법이 날치기 통과돼 예외적으로 여야간 극한대립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사학법이 규제를 강화하는 법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상적으로 생각할 때는 어떤 규제도 없이 사학의 자율과 창의력이 발현될 때, 교육의 효율이 높아져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커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동안 사학재단이 만연시켜 온 부패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한의 규제 도입을 정당화한 측면도 있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부패한 사학은 전체의 2%밖에 안된다는 주장은 겉으로 들어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반론 앞에 무력해진다.

거짓의 시커먼 수면 아래 감추어진 빙산의 본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사학재단의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학재단들이 편향된 이념교육의 침투를 이유로 학교 폐쇄를 위협하기보다는 양심 고백과 함께 자율 정화 의지를 표명하고 그에 합당한 관리 청사진을 밝히는 것이 사학법 철회의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규제도입이 정부의 간섭을 촉발시켜 사학의 활력을 위축시키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자유의 신장만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된다는 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터득한 자들이다.

생명과학자로서 국민적 영웅이 된 황우석 교수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사건에서도 거짓의 냄새가 난다. 2005년 사이언스지에 표지기사로 게재된 논문이 조작됐다는 황 교수의 고백으로 국민들은 정서적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황 교수를 옹호하며 지난 압축 성장기에 형성된 우리의 성과주의만을 추구하는 조급성의 탓으로 돌리고, 줄기세포 생성의 원천기술이 보유돼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그를 용서할 듯한 태도를 보인다.

우리 사회의 일반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웬만한 거짓은 쉽게 용인되듯이 과학에서도 용인하자는 사회적 분위기인가.

어떠한 영역에서도 거짓이 용인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되는 과학에서뿐 아니라 시장의 거래에서도 그리고 초등학교의 시험장에서도 속임수가 허용된다면, 그 사회는 사기사건이 만연돼 다툼과 분쟁이 끊이질 않아 수많은 규제가 도입되지 않고는 유지되지 못한다.

규제에 함몰된 사회는 자유를 신장시킬 수도 없고, 사회 및 기회 비용의 과다 지출로 경제도 쇠락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범죄 유형중 사기죄 고소 사건이 유독 많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는 그동안 숨가쁘게 정치와 경제를 발전시켜 오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든가 시장주의 같은 사회 중추적 가치는 확산시켜 왔으나,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정직 및 공정성과 같은 원천적 가치를 확립하는 데는 등한이 해온 면이 없지 않다.

대학에서 인문학이 천시되고, 경제 사회 공학들이 우대받는 현실이 말해주듯,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아예 어려서부터 원천적 가치 의식의 함양없이 부와 출세라는 현실적 가치만을 추구하며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한 외신을 통해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직에서 은퇴한 에르빈 토이펠라 같은 사회적 저명인사들이 독일 지역대학의 철학과나 다른 인문학과의 청강생으로 등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는데 허탈감이 든다.

거짓은 종국적으로 본인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 수많은 사기 사건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며, 정치인들의 거짓과 기만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오도하며 파탄시키고 있는가.

아파트 정책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 간다.

또 한 해를 지나오면서 거짓없는 삶을 살고자 반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를 둘러본다. 나 스스로도 거짓을 들추기보다는 잊고 싶어진다.

그래, 잊어버리고, 다시는 거짓의 말과 몸짓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우리의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정치판에서 거짓을 추방하고 정직의 가치를 추구하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모아질 때, 사학법의 분쟁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공황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직의 가치에 관하여 모든 사람들이 회한속에서 스스로 반성하며 병술년 새해를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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