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의 아그네스' 23~26일 대백프라임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공연.

1983년 초연 당시 10개월간의 최장기 공연과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극 '신의 아그네스(원작 존 필미어)'가 새해 관객과 마주한다.

지역극단 '연인무대'의 무대로 23일부터 26일까지 대백프라임홀(대백프라자 10F)에서 마련된다.

지역문화 연극계 멘토 한전기 연출과 20년 이상의 관록 있는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섬세한 심리 추리극이다.

예리한 카리스마로 객석을 휘어잡았던 배우 김민선이 닥터 리빙스턴을 맡고, '보잉보잉', '위기의 여자' 등에서 활약했던 중견배우 노미경이 미리엄 원장 수녀 역을, 교육극단 레오 대표로 활동 중인 배우 김종련이 아그네스 수녀 역을 맡는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목 졸라 살해한 후 휴지통에 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다름 아닌 21살의 젊은 수녀 '아그네스'.

연극은 영아시신유기사건을 놓고 아그네스가 과연 아이를 죽일 당시 제 정신이었느냐, 아니었느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충분히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1983년 초연이후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는 작품이다.

심리극이라는 장르답게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벽을 이용해 단절됨을 보여주는 삭막한 배경, 조명, 아그네스의 노래 소리 외에는 별다른 무대효과를 사용하지 않았다.

등장인물도 진실을 알고자 하는 '리빙스턴 박사', 평안과 안정을 위해 비밀을 감추려는 '원장수녀', 그리고 사건의 용의자이자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그네스' 단 3명이 전부다. 신은 없다고 말하며 사람의 이성과 논리를 무엇보다 신뢰하는 리빙스턴이지만 티 없이 맑디맑은 아그네스에게 점차 빠져들면서 지켜야 할 객관성을 어느새 잃어버린다. 그리고 끔찍한 과거의 아픔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아그네스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주위에서 주는 '경고'를 무시한 채 그녀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다가가서는 안 되는 진실에 자꾸만 접근해 나간다.

아그네스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가 또 한명 있다. 바로 아그네스 어머니의 언니이자 원장수녀인 미리암이다. 원장수녀이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든 그 순간 미리암은 천사와 같은 아그네스의 노랫소리와 만난다. 어린 시절 들었던 수호천사의 목소리와 같은 그 목소리를 접한 그 순간부터 아그네스는 원장수녀에게 반드시 지켜할 것으로 자리 잡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 밑에서 성적인 학대와 조롱을 받으며 자라온 아그네스는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자의 이중성을 극명히 드러낸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과 인생을 저주하는 아그네스는 누구보다 순수하게 신의 존재를 갈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무언가 갈망하게끔 만들어 준다. 아그네스는 순수했기 때문에 무지했고, 무지했기 때문에 결국 비극을 낳았다.

연극은 치유 받지 못한 상처를 가진 이들이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고 덮어버리지만 치유되지 않은 아픔 속에서 아파하고 누군가 자신을 치료해 주길 간절히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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