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행위 근절 아직 요원

전쟁 분위기는 예상했던 것처럼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다.
미국은 對테러 보복전쟁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듯 보였으나 국내외적으로 형성되었던 여론에 밀려 전쟁을 시작한 느낌이다. 물론 진행시기의 판단은 ‘종합적 외교성과가 어떻게 하면 극대화될 것인가?’에 관한 평가의 결과이기 때문에 잘잘못을 논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분석하고 예측할 따름이다.
미국이 우려했던 것은 다른 아랍권 국가로의 확전이다. 이를 위한 국가간의 외교적 조치는 취했으나, 이슬람 개개인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정부적 차원의 저항에 대처하기는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이 확대되면 세계적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처지다. 또한 그간 진행된 작전의 실효성과 경제성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미국 전역은 탄저병 공포에 휩싸여 있다. 그 외에도 어떤 형태의 테러가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과연 미국이 공언한 테러주범 오사마 빈 라덴 (Osama bin laden)을 처단하고 추종세력을 소멸시킨다고 세계에서 테러행위가 종식될 것인지? 이에 대한 대답 또한 불확실하다. 비록 미국이 테러행위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적(追跡)·격멸(擊滅)할 것이라고 선언하였으나, 그 실행의 범위는 이번 사건의 주된 세력을 응징하는 한정된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테러행위가 어떤 개인이나 단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에서 일어난 문화권의 갈등이라면 그 뿌리는 여전히 남아 새로운 싹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선언한 ‘테러행위의 근절을 위한 철저한 보복’에 대해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은 사건의 원인을 어느 정도 미국이 제공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그 동안 미국이 국내외에서 연출한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에도 근거한다. 과거 서구와 아랍권의 종교적 대립을 역사적 사실로 차치(且置)하고라도 냉전 후 미국이 유일 강국의 입장에서 이스라엘과 중동의 갈등문제에 편파적으로 이스라엘을 돕고 있다는데 대한 불만과, 강자로서 자국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행하는 행위 등이 불만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군사력, 경제력, 과학 기술력에서 세계 제일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또한 무소불능의 유일강국 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 이런 위치에서의 자국의 이익 추구는 정당한 행위일지라도 약소국가의 입장에서는 피해의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국제관계는 고립주의, 현실주의로 요약될 수 있다. 그들의 사고는 다분히 자기중심주의, 이기주의, 실리주의로 표출되었다. 때문에 미국이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크다.
세계의 분위기는 미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정한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호응으로 사태의 진전을 관망하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미국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힘의 논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성공적으로 전쟁을 종결 지으려면 미국이 주장하는 전쟁의 명분이 정당한 만큼 미국 편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건 발생의 원인을 깊이 성찰한 후 대응적 조치가 동시에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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