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생활습속 닮아있어

북경에 사는 딸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자주 듣는 대답이지만 사는데 불편이 없으며 오히려 물가가 싸고 사람들이 순후해서 생활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두 나라의 생활습속이 여러 가지로 닮아 있다는 반증이다.
두 문화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임어당은 중국문화를 “죽(竹)의 문화”로 보았다. 대나무 요람에서 시작한 인생이 대나무 젓가락으로 키가 크고 대나무 목마로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시절을 지나면 대나무 의자와 침대로 장년기를 영위하다 백발을 휘날릴 때쯤이면 대나무 지팡이로 그들의 삶의 지친 무게를 지탱한다.
구양수는 꽃은 열흘을 넘기지 못하지만 대나무는 올곧은 기상과 사철 푸른 기질로 군자의 덕성과 선비의 기개를 대신한다고 믿었으며 이와 같은 생각은 우리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삼국유사에 대나무를 신비하게 묘사한 ‘만파식적’이 나온다.
신라 31대 신문왕이 이견대에 나가 떠오는 산에서 대나무를 얻었고 그것으로 만든 피리를 불자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나으며 가뭄에도 비가 오는 놀라운 이적이 발생했다는 신화가 전한다.
시적 은유와 같이 신화는 “메타포”의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액면대로 해석하면 참뜻이 왜곡된다. 대나무가 가진 독특한 이미지와 피리소리가 지닌 조화성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피리소리는 대나무와 악사의 입김이 서로 어울릴 때 비로소 음률이 살아난다. 화합의 소리요 조화의 묘법으로 만파식적을 보아야 신라인의 민족성과 슬기로운 지혜를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대나무를 귀하게 여긴 중국인들의 기층사상이나 대나무의 기질을 신화를 통해 신라인들의 정체성으로 확립하려 했던 두 민족간의 패러다임은 공통분모가 있다. ‘죽(竹)의 문화’가 지닌 올곧은 기개와 고매한 특성이 독특한 선비문화를 일구었고 두 나라의 공통적인 민족원형질로 승화되었다고 본다.
딸아이의 얘기로는 자고 나면 북경이 낯선 곳처럼 바뀐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는 고층빌딩, 자가용 물결에 세련된 의상, 신 귀족층이 생기고 개방 물결이 넓은 대륙을 휩쓸어 중국의 이미지도 놀라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신명나는 이야기는 중국대륙에 거세게 불고있는 한국의 대중문화 열풍이다. 이미 중국에서 ‘한류(韓流)현상’이라 이름짓고 청소년들의 기층문화로 자리잡아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다.
한국 가수들에 열광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콘서트마다 초만원을 이루고 한국문화 상품만 파는 전문 백화점이 등장했다. 열광적인 펜을 위해 한국 관광상품을 선전하는 전문여행사가 생기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반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서점에는 ‘한류’라는 잡지까지 팔리며 노래로 배우는 한글교실에는 부모들이 함께 참석한다고 한다. 중국의 기성세대까지 별 거부감 없이 한국 대중문화를 이해하고 친근한 감정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우선 대중문화의 표현법이 그들과 유사하고 서구인들처럼 즉물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으며 일본처럼 과장되고 직설적이지도 않아 정서적으로 공감을 쉽게 이룬다는 것이다.
죽(竹)의 문화가 함께 빚어낸 ‘선비정신’의 발로로 보여진다.
이런 열풍은 중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만, 홍콩, 베트남, 몽골에도 거센 한국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류열풍을 문화산업화하는 발빠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주요도시에 한국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한류’ 체험관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국가적인 지원체제를 마련하며 침체된 우리경제의 활로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라 한다.
반가운 일이고 바람직한 조치이다. 차제에 세계화가 가능한 우수한 우리문화 컨텐츠가 무엇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만드는 창조적인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문화대국을 지향하는 길은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주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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