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혜 기자

지난 3월 24일 오전 9시 30분.

여느 때처럼 경찰서에 들러 사건을 챙기는데 휴대 전화가 울렸다.

‘구청장이 1시간 뒤 급하게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하니 빨리 와 달라’는 대구 동구청의 전화였다.

어떤 내용인지는 “와서 확인하라”했지만, 선거 때가 가까워진 만큼 약간의 짐작은 할 수 있었다.

한 시간 후 기자회견을 가진 이훈 동구청장은 5·31 지방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선언한 ‘개혁적 공천’에 내 자신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또 다시 출마할 경우 노욕(老慾)으로 비쳐질 수 있어 스스로 물러날 결심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41년 생인 이 훈 청장의 적지 않은 나이가 한나라당의 ‘개혁 공천’과 다소 부적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긴 했다.

그러나 당선까지도 유력시되던 후보자였던 터라 불출마 선언은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더군다나 평소 “말단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평생 구청장이 돼 보는 게 소원”이었다던 이 훈 청장의 이러한 모습은 20-30대의 젊은 출입 기자들에게 존경심마저 갖게 했다.

그런데 출마를 않겠다던 이 청장의 이후 행보는 발언과 엇갈리고 있다.

기자회견 후 보름여가 지난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공천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불출마로 한나라당 안에서는 ‘추가로 공모해야 한다’는 등의 논란까지 일어났지만 이 청장은 오는 11일 당의 공천 신청자 면접에도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청장 본인은 정확한 답변을 피하는 가운데 주변에서는 ‘출마하지 않으려 했지만 일부 지지자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여러 해명들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청장의 최근 모습은 잠시나마 들었던 존경심은 물론이고 신뢰마저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본인 스스로 ‘노욕(老慾)’이란 단어까지 넣어 공언한 만큼 하루 빨리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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