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의 또다른 숙제

저무는 한해를 결산하기 위한 방송사의 각종 특집프로그램이 날마다 화려하고 짜임새있게 방영되고 있다. 사회는 잠잠한데 미디어매체인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인터넷등에는 송년분위기가 가득하다.
그러면 올 한해의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을 짚어보면 드라마로서는 사극의 열풍이 현대극을 압도했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MBC의 수목극 ‘그 햇살이 나에게’ KBS2 월화극‘겨울연가’ SBS 수목극 ‘지금은 연애중’등 20대 러브 스토리가 사극열풍을 식히기 위해 대기중이다.
한편 개그 콘서트가 코미디 프로를 재기시킬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연변총각 강성범을 비롯한 트랜스젠더를 희화화한 황마담등이 일약 스타로 부상했다.
특히 가벼움과 유머스러움 그리고 과장이 범벅된 꾸밈새로 진행하는 개그맨들이 올해 TV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세원, 남희석, 유재석, 이휘재 , 박경림을 비롯한 개그맨 군단이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자, 시트콤등 방송의 다방면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는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프로그램보다 가볍게 웃고 금방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방송마다 이들의 겹치기 출연이 다반사다.
아울러 방송사마다 시청률을 의식한 스타 정보캐기는 그들의 개인프라이버시는 무시하고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더욱더 심화됐다. 저녁의 고정 연예정보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아침 토크 쇼, 대담프로를 막론하고 프로그램마다 스타들의 동향과 광고에 많은 전파가 낭비되고 이는 방송의 질을 한층 더 낮춘 결과가 됐다.
또 ‘TV는 내 친구’등 방송을 견제하는 프로그램이 강화되어 많은 단체에서나 시청자들이 방송의 잘잘못을 격려하고 또는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제작면으로는 해외 로케등이 강화되어 글로벌 시대를 실감케하였고 유익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양산되어 매우 바람직했다.
내용면으로서는 너무 오락프로그램이 많았고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드라마에 치중하는 방송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출연자를 보면 시청자들이 이질적인 부분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됐다고 보여진다. 성전환을 한 하리수가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모습으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가 되었으며 탤런트 홍석천이 동성애를 선언해도 담담하다.
해마다 스타의 결혼과 스캔들은 많지만 송년을 맞는 연말에 터진 연예인들의 마약복용은 국민적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예진아씨 황수정을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아울러 많은 연예인들이 아직도 그 여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렇듯 한해동안 시청자에게 많은 정보와 즐거움을 준 TV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또 다른 이면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질 낮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혹은 일방적인 방송의 편견과 폭력, 횡포로 인해 시청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 나아가야 할 숙제가 아니겠는가. 이는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방송이 자기의 자리를 바로잡을 때까지 견제하고 비판하며 「미디어 바로보기 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각 방송사의 나쁜 프로그램이 활개를 치고 사회에 병폐를 가져온다면 방치한 책임도 크다는 것을 새해를 맞이하는 시청자의 또 다른 숙제가 되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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