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용병감독의 승리냐, 변방 토종감독의 승리냐’
오는 10일 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 진출의 길목에서 맞서게 된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양팀 감독이 펼칠 지략대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월 본선조추첨에서 맞대결 상대로 인연을 맺은 이후 12월 서귀포 평가전과 올초 북중미골드컵에서 두차례 맞서 1승1패로 ‘예의’를 갖췄던 거스 히딩크와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이제 진짜 승부를 앞두고 있는 것.
이들은 그다지 유명세를 타지 못했던 선수생활을 딛고 지도자로 축구인생에 꽃을 피웠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우선 이력서 종이의 ‘재질’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유럽최고리그인 스페인 프로팀과 ‘오렌지군단’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의 경력은 이번 월드컵에 나선 감독들 중에서도 스벤 고란 에릭손(잉글랜드), 조반니 트라파토니(이탈리아) 등과 더불어 첫 손가락에 꼽히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자신이 프로선수로 데뷔한 그라프샤프에서의 코치생활을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에 입문한 히딩크는 86년부터 90년까지 PSV 에인트호벤에서 세번의 리그우승을 일궈낸 것을 시작으로 발렌시아, 네덜란드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등을 거치면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반면 어리나 감독은 축구가 군소종목에 지나지 않는 미국에서 대학팀(버지니아대학)감독으로 전미대학선수권 5회 연속우승을 이룬데 이어 자국 프로리그 DC 유나이티드를 두차례 우승시키는 등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있는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지도 스타일에서 히딩크 감독은 화려한 경력이 지탱하는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보스형’이라면 어리나 감독은 마치 큰 형님같은 자상함으로 선수들의 신망을 얻는 ‘덕장’의 스타일이다.
히딩크 감독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조성, 일일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선수가 살아남기 위해 감독의 요구에 따르게끔 만드는가 하면 훈련일정을 미리 가르쳐 주지않음으로써 잠시도 나태할 여유를 주지 않는 치밀함으로 선수단을 장악한다. 이에 반해 어리나 감독은 선수 개개인과 정기적으로 대화시간을 가지며 경기장안팎의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섬세함을 갖췄고 한국에 캠프를 차린 이후 ‘방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자유시간을 부여할 만큼 자율적이다.
스타일과 출신배경은 다르지만 어쨌든 유럽의 강팀을 요리하며 세계를 놀라게한 두 감독이 10일 펼칠 지략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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