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대중적 환원서 출발

요사이 미국에선 돈 많은 사람들이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미국정부가 앞장서 상속세를 없애려 하는데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수혜자들의 반대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그저 부러운 남의 이야기로만 여겨야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돈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세금이나 피해볼까 머리를 짜내는 형국에 미국 사람들은 스스로가 세금을 부가하기를 원하고 있다니 먼 꿈나라의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 그 다양한 인종과 계층 차이를 극복해내는 미국인의 슬기는 바로 가진 자들의 몫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기업활동을 통해 벌여들인 축적되는 부(富)를 사회에 순조롭게 환원함으로써 자본주의가 가진 분배 기능의 한계와 불만을 조화롭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의 대중적 기업환원의 방법의 한 가지로 소위 메세나 운동이 선진국에서는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메세나 운동이란 문화예술 및 스포츠원조, 사회적·인도적 입장에서의 공익사업 지원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문화예술 보호운동에 헌신했던 로마의 대신 가이우스 마에케나스(BC70경∼AD8)의 이름에서 연유했는데 가이우스 마에케나스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총신으로 당대의 대시인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등 예술인들을 극진히 보호해 로마의 예술부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오늘날 메세나는 주로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기업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란 측면과 홍보전략의 수단으로 기업지명도 향상 및 이미지 제고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4년 4월18일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Korean Bussiness Council for the Arts)가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당시 문화부와 문예진흥원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가입을 권유해 167개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했고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125개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중이다.
이제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기업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가 되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과의 연대를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지방정부도 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가 삼성 SDS BW(신주인수부사채) 관련 국세청 증여세 부과조치에 불복하여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고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세청 증여세 부과조치에 반발하는 삼성의 모습은 볼성사납기 짝이 없다.
특히 대구경북지역과 연고가 긴밀한 삼성이 제일모직부지에 아파트단지를 건립하고 또 대형마트를 건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반월당 삼성빌딩, 성서공단의 대단지 상용차 공장부지를 대형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여 엄청난 기업 이윤을 늘였을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러한 과정에 대한 기업과 행정 유착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가지고도 있다.
지역 연고성이 강한 기업에서는 적어도 지역 사회와 연구기관에 우선하여 문화예술 지원뿐만 아니라 연구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심지어 대구 삼성야구구단에까지 열렬한 지원을 쏟는 대구경북지역민들의 기업에 대한 말없는 바램을 언제까지 외면만 할 것인가?
이젠 구호뿐인 메세나 운동이 아니라 실질적인 관심을 보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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