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월드컵 잘 대비해야

누구도 무너뜨릴수 없는 태극전사들의 투혼. 4천700만이 하나된 붉은물결 응원단.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2002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을 얻었고 위대한 시민의식도 세계만방에 과시했다.
지칠줄 모르고 포기할줄 모르는 태극전사들의 필승 집념은 정말이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 없는 초능력 같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온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졌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를 마음껏 펼친 값진 월드컵이었다. 국민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가르쳐 주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는 세계 일류로 뛰어오른 힘차고 아름다운 비상을 맛보았다. 한국의 문화코드가 한(限)에서 흥(興)으로 다시 혼(魂)의 문화로 발전하기도 했다. 48년 한의 세월을 훌쩍 넘어 꿈의 16강에 진입했고 8강에서 4강으로 도약하는 신화를 창조한 우리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감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생각해야 할때다. 포스트 월드컵을 대비하지 않으면 그동안 쌓은 것이 허사가 되고 만다. 애프터 프로그램을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대~한 국민의 광희(狂喜)와 세계인의 감동을 연출한 이번 월드컵의 성과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같은 실천이 중요하다. 소중한 교훈과 갖가지 과제를 차분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성원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 당국의 관심도 선행돼야 한다.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치른 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퇴색했다. 각종 지원도 대폭 감소했다. 스포츠 강대국이라고 말로만 떠들었을 뿐. 운동선수들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체육이 무너진지 오래고 운동선수들에 대한 푸대접은 갈수록 심하다. 이는 전국체전을 축소운영하고 도민체전이나 각종 경기수를 줄이고 있는데서도 알수 있다. 학교체육을 관리하는 교육청은 일류학교 진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명선수는 고사하고 청소년들의 건강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퇴색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보았다. 정부 당국의 뻔뻔스러움과 국민들의 막무가내식 스포츠 열기를… 꿈의 16강 진입과 동시에 월드컵 경기장에서 고위층들이 구경꾼으로 변해 있는 모습과 국민들의 광적인 응원전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뿌리없는 나무를 보고 있는 당국과 국민들의 위험한 발상을 짚어보고 싶다. 대구 경북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태극전사 23명 가운데 지역출신은 한명도 없다. 그이유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대구 경북에는 대학축구부가 고작 4개(전문대2개 포함)에 불과하고 초중고교도 다른 지역보다 적다. 사실상 스포츠가 아예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4대 도시인 대구에 프로축구단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의 스포츠 무대로 시각을 돌리려는 발상은 아주 위험하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스포츠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월드컵 포스트일지도 모른다. 당국은 물론 시도민들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88서울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의 스포츠 현주소가 너무 부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태극전사들의 승리가 더욱 값지고 빛나 보인다. 어쩌면 스포츠 불모지로 치부될지도 모를 우리의 여건에서 일궈낸 승리가 더욱 자랑스럽다. 29일 대구에서 펼쳐질 태극전사들의 3~4위전이 더욱 멋지게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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