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대문명 속에 살고 있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몇가지 일 중의 하나가 바로 비행기를 타고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다.
구름이 완전히 하늘을 뒤덮은 날보다는 여러 종류의 구름이 층을 이루고 떠 있는 그런 날, 비행기에서 바라 본 하늘은 구름 천지다. 구름 속에서 구름을 보고, 그 속에서 또 다른 구름을 본다.
구름나라에는 없는 것 없이 모두 다 있다.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들도 있다. 말이 달리고 들소 떼도 가고 염소들도 무리 지어 산다. 우리와는 아주 다른 기적(氣的)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마 땅에서 잘 살았던 인간들이 죽은 후에 에텔체의 몸을 얻어 구름 속에서 사는 것같다. 그들은 집도 짓고 꽃을 심는다. 공부도 하고 사랑도 한다. 늘 행복한 미소를 얼굴에 가득 지으며 헛된 욕심 부리지 않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언젠가 나 죽으면 이승에서 맺힌 것 많아 발걸은 무겁게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훌훌 날아 구름나라에 가서 살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쉬울까?
저 멀리 하늘 끝으로 한 줄로 죽 그어진 진홍색의 경계선, 사뭇 황홀하다. 아! 구름이 하늘과 땅, 음과 양을 구분 짓는구나. 구름이 저렇게 하늘의 의지와 인간의 마음을 잇는 통로가 되어 있다니 분명 그 속에는 신의 손길이 있을 테지.
‘저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라는 기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 창 밖을 보니 파란 하늘만 눈을 가득 채운다. 내가 보았던 구름나라는 마음속의 나라였고 생각이 빚어낸 것임을 금방 깨닫는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마음 속에도 각자의 나라가 따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밖으로 나타나 보이는 현실과는 아주 다른, 돈이나 권력, 욕심의 나라도 있을 것이요 사랑이나 연민의 나라가 곱게 펼쳐져 있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겉과는 다른 생각의 나라가 그 사람의 진정한 행복을 약속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불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인데도.
‘허공중에 구름이 일고 사라지니 일고 사라짐은 어디서 오나, 본디 아무 것도 없는 것인 것을…’
어느 스님의 강론이 떠오른다. 그렇다. 본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생각으로 일어날 뿐, 텅 비어버린 망망한 공간이 하늘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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