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잘못된 소비풍조 만연

10월은 저축의 달이고 29일은 서른 아홉번째 맞는 저축의 날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정도 살 수 있게 된 데는 그동안 우리 국민들이 먹고 입는 것 아껴가며 한푼 두푼 모은 예금을 종자돈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한 데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올해 저축의 날을 맞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올 2·4분기중 저축률이 26.9%로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988년중 40.5%에 이르렀던 우리나라의 저축률은 그동안 완만하게 하락해 오긴 했지만 90년대말 외환위기때에도 33%수준에서 안정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에 1984년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돈 데 이어 금년 상반기중에는 작년보다도 3%포인트나 더 하락했다.
더욱이 주 5일근무 등에 따른 소비증가와 고령화 사회의 도래, 사회보장제도의 확충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저축률은 급속히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
저축이란 일정기간 동안 벌어들인 소득에서 소비를 하지 않고 남겨 둔 부분을 의미한다. 따라서 저축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 전체적으로 소비가 늘었다는 말인데 실제로 상반기중 최종 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10.7% 증가했다.
물론 소비증가를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덕분에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부진 영향 등으로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도 우리경제는 3%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소비증가가 내수진작의 수준을 넘어서 과소비의 양상을 띠게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얼마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최근 가계의 소비지출 동향 및 특징‘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소비성향이 대형화·고급화되고 수입품 의존도가 높으며 해외소비지출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소비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판매신용,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차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과소비가 무섭게 확산되고 있는데 25세에서 34세까지의 청년층 가구 소비지출 증가율이 18%로서 소비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다른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학생들의 62%가 저축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58%는 신용카드로 화장품, 의류 등을 구입하거나 유흥오락비를 지불하는 데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서울시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구매성향 조사에서는 합리적 소비행태를 가진 어린이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층 가운데 잘못된 소비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같은 과소비와 그로 인한 개인저축 감소의 결과는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성장잠재력 약화와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나게 된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투자는 저축으로 충당하여야 하는데 저축이 모자랄 경우에는 외국으로부터 돈을 꾸어올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동시에 외채를 증가시킨다.
우리경제가 지난날 압축성장을 해오면서 수익성을 도외시한 외형위주의 무리한 차입투자로 인해 외채가 급증하면서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떨어져 1997년말 IMF사태를 겪었던 점을 기억하면 저축의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저축이 적어 투자를 못하면 경제성장이 어렵게 돼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유지와 성장잠재력의 배양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의 바탕 위에서 저축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특히 한국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 젊은이들이 소비·저축생활을 보다 지혜롭게 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경제교육에도 가정, 학교, 민간단체 등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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