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매립장 조성 의혹 투성이

사람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흔히“황당하다”라고 표현한다. 요즈음 경북 구미 산동면 사람들이 그렇다. 마을이 형성된 이래 지금까지 별 탈없이 오순도순 살아오고 있는데 난데없이 마을 상수원 지역에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들어선다고 하니 말이다.
얼마전 이 마을 주민 몇 분이 찾아와서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하면서 크게 걱정을 하기에 같이 현장을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 낮으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약 6, 70만평의 집수역으로서 Y자형 계곡으로 이루어진데가다 7, 8부 능선을 따라 임도가 나 있는 오지라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업자측에서 본다면 폐기물매립지로서는 기가 막히게 편리하고 좋은 장소였다.
그러나 상식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낙동강의 대 지류인 위천의 소지류에 해당하는 곡정천의 상류 집수역으로서, 수많은 곳에서 지하수가 용출하고 있으며 심지어 9부능선에서도 여러 곳에서 많은 물이 용출하고 있는데다가 두 계곡이 합류하는 곳에 저수지까지 있어 말 그대로 마을사람들의 생명의 원천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산등성이에 올라 내려다 보면 버드나무군락, 갈대군락을 포함한 계류식생이 멀리 계곡을 따라 곳곳에서 선상으로 잘 발달해 있어서 수량이 매우 풍부하여 다양한 생물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고 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아무리 가물어도 이 지역만은 물이 풍부하고, 황조롱이, 소쩍새와 같은 보호대상 새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흑두루미까지 날아온다고 한다. 주민들도 여러가지 특성상 폐기물매립장으로서 부당함을 알렸으나 사업주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여 몇몇 주민의 재산을 압류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사업주와 해당관청간에 밀접하게 유착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근거로 이 사업체가 급조된데다가 사업주가 환경부 고위관료와 환경청장까지 지낸 적이 있었고, 임원중에는 현 대통령 부인과 인척간인 것으로 알려진 자가 있었으며, 이 사업대상지의 입지조건이 전혀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청에서는 이 사업이 적정하다고 통보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사업주는 현재 구미시를 상대로 행정심판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환경청에서 이 사업이 적정하다고 했는데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뭔데 이 사업을 반대하느냐’라는 의미다. 가진자의 탐욕이 수많은 서민들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의심하고 있는 게 사실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이런 유사한 경우들, 즉 탐욕과 편협한 사고를 가진 힘센 집단이나 개인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함으로써 수많은 서민들을 울리고 마을을 파괴한 경우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들어왔던가! 시화호 방조제사업과 새만금 간척사업이 그랬고, 동강댐을 비롯한 수많은 댐건설사업, 길안과 영천간 지하도수로사업, 골프장 건설사업, 도로건설사업도 그런 경우다. 산동면 마을들의 존폐를 좌우할 폐기물문제는, 철없이 부르짖은 소비중심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후유증들 중의 하나로서, 이 문제는 앞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 모두의 목을 바짝 죄어올 것이다. 이는 범국민차원의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인데 어찌 탐욕에 젖은 일개 전직관료의 손에 맡겨 해결될 수 있단 말인가!
산동면 사람들은 오늘도 계곡 입구에서 사업자들이 오지 못하게 보초를 서고 있다. 저수지 둑에는 몇몇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컨테이너도 옮겨 놓았다. 여기 저기 세워져 있는 붉은 깃발들이 그들의 비장한 심정을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매일 매일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마을 머리맡에서 산업폐기물 용출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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