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자세한 경위 재조사 벌이기로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에 대한 현장검증이 31일 실시됐다.
지하철 방화 참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여 동안 방화피의자 김모씨(56)와 현장 목격자 등을 상대로 현장검증을 벌였다.
현장검증은 대구지검 형사5부의 지휘아래 김씨가 휘발유를 구입한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W 주유소를 시작으로 내당동 김씨의 자택 송현역, 월배차량기지사업소 등지로 이동하면서 진행됐다.
현장검증에서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는 참사 당일 지난 2월 18일 오전 8시께 자신의 집에서 검은색 가방에 프라스틱 통을 넣고 나왔다.
이어 김씨는 W 주유소를 들러 휘발유 7천원어치를 구입하고 프라스틱 통에 담은 뒤 오전 9시30분께 송현역에 도착, 사고 전동차인 안심방향 1079호 전동차 1번 객차 4번째 출입문 바로 오른쪽 좌석에 탑승했다.
전동차가 송현역을 출발, 성당못역과 교대역을 거처 중앙로역에 도착해 오전 9시 53분께 출입문이 열리고 승객들이 절반 가량 빠져나갈 당시 김씨는 가방속에서 휘발유를 담은 프라스틱 통을 꺼내 휘발유를 바닥에 뿌린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전동차내 불이 번지면서 김씨에게도 불이 붙었으며, 김씨는 몸에 불이 붙은 채 황급히 전동차 밖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에서 김씨의 당초 진술과 다른점을 확인하고 김씨를 상대로 재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김씨는 참사 이후 경찰에 자신의 집 근처인 내당동 N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했다고 했으나 이날 W 주유소로 진술을 번복했으며, 지하철 탑승역도 성당못역에서 송현역으로 말을 바꿨다.
이와 관련, W 주유소 종업원 윤모씨(26)는 김씨를 목격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참사 당시 송현역에서 탑승, 김씨의 맞은편에 있었던 승객 이모씨(48)는 송현역에서 김씨를 목격했다고 밝히고 있어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재조사 중이다.
한편 지하철참사 희생자 대책위 소속 4명은 이날 현장검증이 끝난 오후 2시께 대구 중부경찰서를 방문, “유가족들의 입회 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현장검증은 인정할 수 없다”며 재현장검증을 요구키로 해 경찰과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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