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경북 전역에서 식물들이 계절을 잊어버린 채 꽃을 피우거나 잎을 피우는 ‘계절파괴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일반인들은 물론 관련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주 시내에서 울산 방면으로 가는 산업도로 변에는 때아닌 철쭉꽃이 벙글었고, 포항시 남구 장기면 영암리에는 수수꽃다리꽃이 만개했으며, 기계면 현내리의 한 과수원에는 사과꽃이 만발했다.
또 일교차가 심한 영양군 일월면의 한 농가에는 설중매가 서둘러 꽃을 피웠고, 도로변의 장미도 잎이 떨어지고 난 뒤에 꽃을 피우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주시 황용동 야산에는 태풍 매미로 잎을 떨구었던 아카시나무가 파란 새잎을 내밀었고, 성주군 초전면에는 호두나무에 새 잎이 돋았으며 호박꽃이 새로 피기도 했다.
최근 남해안에 자생하는 춘란의 군락지가 구미나 김천, 상주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고, 구미에서도 난대림이 확인되는 등 이상현상이 경북지역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소나무 숲이 사라지고 급격히 참나무 숲이 증가하는 등의 변화도 눈에 띄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이같은 현상은 온난화로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데다 올들어 긴 장마와 저온현상으로 식물들이 이상성장을 했으며 태풍 내습이후 열매와 잎이 갑자기 떨어져 식물들이 성장장애를 초래해 나타나는 이상현상으로 식물학자들은 보고 있다.
심학보 경북자연환경연구원 연수팀장(생물학 박사)은 “이같은 현상은 식물의 미치광이현상즉 ‘발광현상(發狂現象·Crazy Phenomenon)’으로 잦은 비와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식물들이 이상 성장을 보이는 증상”이라면서 “기상이 고르지 못한 점도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온난화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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