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의 2~3년전 주택을 잡히고 돈을 빌렸으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생계형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3년만기인 이들의 대출만기는 올 연말이나 내년초부터 집중적으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무려 340여만명이나 되는 신용불량자가 더욱 양산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적자금을 받아 가까스로 숨을 돌린 은행들도 또다시 부실의 늪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으로 3년전부터 부동산경기를 중심으로 경기 전반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 가구들도 앞다퉈 은행 돈 빌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부동산 투자나 투기를 하기위해 돈을 빌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서민들은 장사를 하기 위한 밑천 등 생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람들이 대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서민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자 이자를 갚지 못하고 대거 연체상태에 놓여있다.
부동산을 사기위해 돈을 빌린 고소득층이나 중산층은 그동안 많이 오른 부동산을 매각해 빚을 갚을 수도 있겠으나 생업자금을 빌린 서민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 한 대출금을 갚을 길이 막연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전체 도시가구의 4분의 1이 절대빈곤과 준절대빈곤층으로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판에 이들보다 조금 나은 처지에 있는 서민들마저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최후의 보루인 연립이나 다세대주택마저 경매로 날릴 경우 또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30대조차 강제퇴직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과 장년층의 실업에 중년층의 실업까지 가세해 전세대가 실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했더라도 질좋은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경제만은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과거의 환상에 젖어 적당히 굴러 가겠지 하고 방심하다가는 나락의 굴레로 떨어질 것이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전투구만 하고 있으니 앞날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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