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몰래 신호로 정답 전달
합격 대가 수백만원씩 주고받아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이 문맹자들을 위해 매월 실시하고 있는 구술필기시험에 부정시험을 치를 수 있는 허점이 산적돼 있어 관련법규를 대폭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운전면허 구술시험의 허점을 악용, 부정시험으로 합격시켜주는 대가로 수백만원씩의 금품을 주고받는 비리가 저질러 지고 있어 전국적으로 운전면허 시험을 둘러싼 엄청난 부정시험이 치러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진상조사가 요구된다.
실제로 26일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포항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돈을 받고 부정 시험을 유도하고 운전면허 시험 응시생으로 위장해 시험을 치르다가 시험감독관에게 무더기로 적발됐다.
돈을 받고 응시생으로 위장 면허시험을 치른 김모씨(여·42)와 이를 사주한 이모씨(43) 등 2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에게 돈을 주고 부정 시험으로 합격돼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홍모씨(51) 등 13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이씨는 포항시내 Y운전학원에 근무하면서 지난 2001년 7월부터 지금까지 12회에 걸쳐 글을 잘모르거나 글을 알아도 필기시험에서 불합격돼 고심하는 사람들에게 접근, 부인 김모씨(44)를 통해 홍모씨 등 1명당 30만원에서 150만원씩의 돈을 받고 합격시켜줬다는 것. 또 이씨와 함께 구속된 김씨는 이씨의 사주를 받고 홍씨 등과 함께 구술시험에 응시한 뒤 감독관이 문제를 읽어주는 틈을 타 사전모의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내 정답을 가르쳐 준 혐의다.
경찰은 구술필기시험에서 이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문맹자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는 2명이상의 보증인 응시자가 문맹이라는 내용을 확인해 주는 인우보증서만 제출하면 누구든지 구술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이날 구속된 김씨의 경우 고졸학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구술필기시험에 응시해 자신은 시험에 떨어지는 수법을 동원, 부정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2001년 이후 매월 1회씩 구술필기시험을 치러온 데다 김씨와 응시자간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되지 못할 경우 시험을 포기하거나 불합격된 사례도 있었던 점으로 미뤄 실제 응시 횟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면허시험장 관계자는 “응시자들이 인우보증서를 첨부, 구술필기시험 응시원서를 제출할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도 자동차학원에 다니는 이씨가 시험방식을 알고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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