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국회 소추위원측이 전방위 증거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필요할 경우 증거조사 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증거조사가 향후 심리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증거조사란 재판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릴 경우 재판부가 최종 판단에 앞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 당사자 신청 또는 재판부 직권으로 실시하는 조사로 당사자본인 및 증인에 대한 신문, 사실조회, 현장검증 등 방법이 있다.
특히 헌재가 어느 수준에서 증거조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총선 등과 맞물려관심사안이 되고 있는 ‘탄핵심리 기간’을 미리 가늠하고 사건을 바라보는 헌재의 의중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 소추위원측은 대통령이 두 번 연속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에 대통령 신문신청을 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필요할 경우 탄핵사유 각각에 대해서도 면밀한증거조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추위원측 대리인단의 한 변호사는 “소추 사실을 부인할 경우 탄핵사유에 대한증거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세 가지 탄핵사유 각각에 대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증거조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추위원측은 중앙선관위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측근비리 사건의 경우 수사자료 제출요구 및 관계자들의 법정 소환을 신청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통령 대리인단은 “대통령의 불출석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소추위원측이 검토하고 있는 증거조사는 이미 소추 의결과정에서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최소한의 추가 증거자료 제출 외에는 법정에서의 증거조사가 불필요하다”는입장이어서 이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관건은 소추위원측에서 내놓은 증거조사 신청을 재판부가 어느 선까지 허용할것인지 여부·재판부로선 소추위원측이 요청하는 증거조사를 상당부분 허용하고 모든 사실관계를 검토한 뒤 결론을 낼 수도 있고, 세 가지 소추사유중 탄핵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만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재판부가 증거조사 필요성을 판단하려다 ‘의중’을 드러낼수 있고 전자는 측근비리나 경제파탄등 대통령의 개입여부가 모호한 부분에 조사가집중돼 심리일정이 많이 지연될 공산이 커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헌재 관계자는 “아직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다만 소추위원 측에서 법리적 성격이 짙은 ‘선거법 위반’보다는 측근비리나 경제파탄쪽 조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측근비리와 관련된 증거조사가 수락되면 안희정·최도술씨 등 연루자들이증인으로 일일이 신문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경제파탄의 경우 각종 경제지표에대한 관계기관 사실조회 등 많은 자료가 필요해 심리가 상당기간 지연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헌재법상 측근비리처럼 재판이나 수사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자료송부를요청할 수 없고, ‘경제파탄’ 사유도 성격상 애초에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많아 이에 대한 증거조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강하다.
반면 소추위원측은 “헌재법상 자료제출 요구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는 본인이 연루된 사건에 해당된다”며 “측근비리는 대통령 본인이 아닌 측근의 범죄”라고 언급,측근비리에 대한 증거조사도 신청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향후 예정된 변론 과정에서 소추위원측에서 어느 수준의 증거조사를 요청하고헌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묘안을 찾아낼지가 새삼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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