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가 23일 5년 임기의 제9대 독일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로써 비록 의전 상의 국가 수반이지만 정치인이 아닌 금융 전문가가 독일최초로 대통령직에 오르게 됐다.
3개 보수 야당의 공동 추천을 받은 쾰러 후보는 이날 대통령간접선출기구인 연방총회에서 1천2백4표 가운데 과반인 604표를 얻었다.
야 3당의 연방총회의석이 622석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18표의 야권 내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집권 연립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추천을 받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에 오른 게지네 슈반 유럽대학 총장은 과반에 14표 뒤지는 589표를 얻는데 그쳤다.
야 3당은 연방하원에선 뒤지지만 다수의 지방정부를 장악하고 있어 하원의원과동수의 16개 주의회 대표로 구성되는 연방총회에선 다수석을 확보하고 있다.
쾰러 차기 대통령은 당선 소감에서 "모든 독일인, 지금 독일에 살고 있는 모든사람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기를 놓치지 않고 근본적인 개혁들을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사회ㆍ경제적 개혁들과 관련해 더 폭넓은 개방성과 실행력, 지속성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파 간 균형을 취하면서 구체적 정치현안에 개입하지 않고 도덕적이고 원칙적인 발언을 통해 국민들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기존 대통령들과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사회통합적인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으나 "복지국가 체제 유지를 위한 복지 축소의 불가피" 등 경제ㆍ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일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슈뢰더 총리 정부의 경제ㆍ사회 개혁정책인 '아겐다 2010'에 대해 용기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밝혀 보수 야당과 재계가 주장해온 '개혁 확대' 쪽에 손을 들었다.
이러한 차기 대통령의 입장은 또 유럽의회 선거 등 올해 예정된 각종 선거와 내후년 총선에서 슈뢰더 총리의 적녹연정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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