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연금' 조기진화 겨냥했으나 성과는 미지수

보건복지부가 3일 국민연금 개선 대책을 내놨다.
'안티연금' 여론의 조기 진화를 겨냥한 것이다.
복지부는 "국민불만을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일단 발등의 불을꺼야 한다는 긴박감이 작용했다.
김화중(金花中) 장관이 이날 연금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거쳐 긴급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장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열린우리당에서 한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연금 파동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복지부는 이날 주로 단기 대책을 제시했다.
압류 등을 통한 체납처분을 가급적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신용불량자나 소득 감소자 등이 양산되고 있는 사정도 감안됐다.
복지부 내에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최근 징수율 제고를 위해 연금 가입자들을상대로 무리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불안이 적지 않게 표출됐다.
연금공단이 보험료 징수업무 개선대책을 급히 마련한 것도 이같은 내부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중·장기 대책에 대해서는 민간인 참여로 구성되는 국민연금제도개선협의회로 미뤘다.
협의회에서 연금개선을 위한 모든 방안을 논의, 연말까지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김 장관이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성역없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연금 반환 일시금제도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반환 일시금제는 일정 기준에 부합될 경우 가입자에게 연금 납부액 전액을 한꺼번에 주는 것을 말한다.
복지부가 이처럼 연금 대책을 쏟아냈지만 '안티 연금론'을 진화할 수 있을지는미지수다.
'안티 연금'측이 연금 개선보다는 연금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금이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그 어떤 접근법도 쉽게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인터넷에는 벌써부터 복지부 대책에 대해 비판 글들이 올라오는 등 반발 기류가형성되고 있다.
이번 단기대책도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납부예외자(실업 등의 이유로연금가입을 한시적으로 안해도 되는 사람)가 크게 늘면서 연금 '사각지대'가 확대될게 뻔하다.
이미 지난 4월 현재 지역가입자는 절반(48.4%)인 478만 2천명이 납부 예외자다.
또 지역가입자중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되면 전체 보험료 징수액이 줄어드는 데다 투명하게 보험료를 내는 직장인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다 재산과 소득이 있으면서도 보험료를 내지 않는 가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이들 '고의연체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더욱 부추길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내에서 기초연금제 도입 주장이 강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과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기초연금제가 폭넓은 지지를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의 전폭적이고 일치된 지원이 없이는 개정안이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를 더 내고 나중에 덜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이런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국회가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복지부로선 연금 파고를 넘기가 이래저래 쉽잖은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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