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 진단ㆍㆍ"고구려사 연구소홀도 한몫"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강력대응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10일 고구려사 왜곡은 일종의 정치행위인 만큼 연구 및 자료축적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고구려사 왜곡'ㆍㆍ학문논쟁 아닌 정치행위" = 전문가들은 중국이 학문적논쟁거리가 아니라 의도적 정치행위의 일환으로 고구려사 왜곡에 나선 것으로분석했다.
중국이 대국주의와 패권주의라는 국가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국 인접국가 및 소수민족의 역사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한편 한반도 통일 이후 한ㆍ중 간 영토분쟁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것.
유원준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중국은 국가 이데올로기 전환기에 있다"며 "현재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과 같은 혁명가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고 정체성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역사왜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 교수도 "고구려사 왜곡의 본질은 학문적 논쟁 차원이아니라 의도적 정치행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태억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 후한국측의영토주장을우려해 사전에 고구려사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유임현 국학운동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역사적ㆍ문화적ㆍ군사적인 패권주의에서동북공정을 비롯한 고구려사 왜곡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고구려사 연구소홀'도 한몫 = 전문가들은 국내 고구려사 연구 및 교육 소홀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기여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노태돈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국사교육을 등한시한 것도 원인"이라며 "세계화ㆍ국제화라는 시대흐름 속에서 자기역사에 소홀했고, 군사정권 시절 일부 왜곡된역사에 대한 불만이 전체 역사를 등한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유원준 교수는 "고구려 연구에 대한 학술적 축적이 빈약했다"며 "20년전 고구려역사 논쟁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고구려 연구가 북한의 정통성을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져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 "연구ㆍ자료축적 통한 대응 나서야" = 전문가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철저한 준비하에 이뤄지는 만큼 감정적ㆍ단기적 대응방식은 금물이라며 연구 및자료축적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원준 교수는 "중국의 역사왜곡 작업은 이데올로기를 걸고 하는 것인 만큼중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국회나 학계가 장기적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주문했다.
권태억 교수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국사교육을 강화할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고구려사를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우대현 사무국장 역시 "중국이 쉽게물러나지않을것"이라며 "우리가 고구려사 연구에 소홀했던 게 사실인 만큼 연구를 철저히 해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제적 연대작업을 강조했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패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가 중요하다"며 "한중간 갈등구도로 가면 문제는 정체되고 북한, 일본 등 중국의역사왜곡 가능성이 높고 피해전력이 있는 국가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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