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북 농업, 비상구는 없는가

전통 틈새작목 농업은 아무리 외국산 농산물 개방의 파고가 높아도 끄떡없는 분야라는 점에서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재배하던 틈새 작물은 이제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외없이 육성에 지원에 나서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규모로 재배되던 우리의 전통 작물 또는 야생식물들이 대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외면받았던 식물이 갑자기 식용으로 알려져 식탁 위에 오르기도 하고 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널리 알려진 농산물이라도 재배방법을 달리해 색다른 기능을 가진 식품으로 변화시켜 소득을 높이는 농민도 있다.
외국산 농산물로 농업전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틈새작목이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식물이 돌아왔다
주 5일제 근무 등으로 웰빙 붐이 일고 있다. 웰빙 나무에는 ‘자연’ ‘향수’ 등이 큰 가지로 자리잡고 있다.
농업분야에서도 웰빙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소득 작물로 떠오르는 것이 소위 ‘민속작물’이다.
예천군은 지역 특화 소득작목으로 자주 감자를 선정하고 집중지원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의 식탁에서 사라진 이 감자는 지금의 30대 후반의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식품이다.
예천군의 지원으로 자주 감자는 2002년 900평에 10t을 생산했으나 지난해는 6천평에 33t을 수확하고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총 3천500만원의 판매고를 거두었다.
올해는 12농가에서 1만5천평을 재배해 100t을 생산, 1억원 정도의 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자주감자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가격이 높아 기존 감자의 대체작목과 현대인의 건강보조 식품으로 선호도가 높아 고소득 작목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칠곡군 지천 연호리 20여 농가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참비름를 재배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 마을은 6~7년전부터 개별농가에서 소규모로 참비름을 재배해 오다 지난 2002년부터 칠곡군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도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기 시작, 지금은 28농가에서 1만3천여평의 참비름을 재배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참비름은 옛 향수를 느끼게 하는데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안전채소로 각광을 받으며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300평을 재배할 경우 연간 1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청송군 부남면의 황흠일 씨의 경우 겨울철 두릅 시설재배로 연간 5천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주민들은 야생 오가피를 집단으로 재배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전남의 한 농민은 철쭉을 절화, 분재, 삽수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해 틈새시장을 찾아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 해남의 정모씨는 한반도 서남해안에 자생하는 황칠나무에 대한 연구를 해 독자적인 수액채취기술 및 염색기법을 완성, 10만 그루에 이르는 황칠나무에서 연간 수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경남 진주의 이모씨는 3년 이상 재배가 어려운 도라지를 20년 이상 재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도라지 분말, 농축엑기스, 환, 한방 미용품, 목캔디 등 10여종의 관련 가공제품을 생산해 연간 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전남 장성의 심모씨는 국수호박을 가공하고 호박국수 개발에 성공, 호박국수 전문점을 개업하고, 관련 가공제품개발을 서두르는 등 국수호박, 호박국수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전남 장흥군의 경우 지역 특산물인 인동초의 해열, 해독, 이뇨 작용을 활용한 발효액과 분말차를 개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강원도 정선군은 약용버섯인 ‘노루궁뎅이버섯’을 가공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정책의 틀 안으로 들어온 우리 식물 재배
우리의 자생 식물이 틈새시장 개척에 적격인데다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큰 역할을 하자 전국의 지자체들이 자생식물 재배를 확대하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 소규모로 재배되던 각종 야생 식물들이 이제는 ‘농정’의 틀 안으로 들어와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는 ‘민속채소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민속채소를 체계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 2000년부터 매년 7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육묘시설, 비가림시설, 관수시설, 선별시설 등 민속채소의 생산기반을 구축해 온 이래 올해는 경주시 등 15개시군의 20개소에 7억4천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도내에는 1천45ha에 미역취, 취나물, 두릅, 고사리 등 30여종의 민속채소가 재배되고 1천900여농가가 시설재배로 호당 7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묘본생산 및 종자확보가 어려워 대량생산기반이 미흡한 실정.
반면 경제성장과 더불어 농산물의 안전성과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 올랐다는 것이 경북도의 판단이다.
도내에서 가장 앞서 이 분야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나선 곳은 김천시.
김천시는 올해 지역특화사업으로 민속채소 상품 다양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 육묘시설과 가공공장을 갖추고 기계장비를 구입하도록 농가에 5억원 정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천시의 요청으로 다음달 농림부의 사업지원이 이뤄지면 지금까지 단순하게 제철에 어린 순만을 쌈채로 이용하거나 건채로 사용해 오던 민속채소는 소금절임, 장아찌, 절임류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돼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가 민속채소로 육성하려는 식물은 가죽잎, 뽕잎, 차조기, 고수, 원추리, 오미자잎, 구기자잎, 일당귀, 두메부추, 산부추, 산마늘, 질경이, 민들레, 천궁, 장명채, 감, 감잎, 곰취 등 취나물 종류 5종, 섬엉겅퀴, 번행초, 어수리, 누룩취, 갯방풍, 갯고들배기, 땅두릅, 파더득 나물, 잔대뿌리 등 수십가지다.
기초자치단체도 자생식물을 이용한 농가소득증대 사업에 열성이다.
봉화군은 특화사업으로 산머루와 오가피, 표고버섯, 송이버섯 등을 선정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산머루의 경우 군의 청정 이미지와 부합되는 고소득 특용 작목으로 일손이 많이 들지 않고 병충해가 거의 없어 노령층이 관리하기에 적합한 작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득면에서도 산지 가격이 1㎏당 5천∼9천원을 호가해 3천원 선에 거래되는 포도 등 타작목에 비해 고소득 작목이며 저장성이 높아 경쟁력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봉화군의 머루재배는 인근 영양군과도 경쟁이 붙었다.
영양군 역시 머루를 특화작목으로 선정하고 올해 10억원을 농가에 지원했는데 현재 군내 91개 농가가 40㏊에 머루를 재배,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어나자 군은 2005년에는 머루주와 음료수 가공공장 설립을 위해 농림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
경주시는 버찌(양앵두)의 확대재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건천읍 화천리 32개 농가가 16㏊에서 버찌를 생산해 전국 재배면적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버찌는 봄철 과일 중 맨 먼저 생산돼 고소득작물로 분류되며, 농가소득도 사과 등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경주시는 비가림 시설을 확대 보급해 버찌 품질을 높이고, 나무를 작게 키울 수 있는 기술을 보급해 경주 특산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구미의 경우 선인장 사업에 나서고 있다. 구미의 선산 선인장은 삼각주와 비모란, 산취, 소정 등 여러 품종을 입식해 지난해 7동의 하우스에서 17만본을 생산, 5천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한편 경북도는 민속작물은 아니지만 최근 수출 작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여름 파프리카 재배로 틈새 수출시장을 개척키로 했다.
파프리카는 국내 채소류 수출의 44%를 차지하고, 일본시장 점유율이 63%로 국내의 재배면적 150ha중 87%가 11월에서 이듬해 7월까지 재배하는 겨울재배다.
도는 여름재배라는 틈새를 열어 청송군 부남면(해발 400∼500m 준고랭지)에 여름 파프리카 수출단지를 조성했다. 청송군 부남면 이현리 부남시설채소작목반(8명)은 9천200평의 시설 하우스에서 올해 170여톤을 생산, 지금까지 75톤을 수출했다.
경북도의 박순보 유통특작과장은 “우리 농업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틈새작목을 확보하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틈새작목을 농가들이 개별적으로 재배해 왔으나 이제는 이것이 주요 소득작목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자체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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