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허리는 권혁이 책임진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좌완 투수 권혁(21)이 삼성의 불펜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향한 든든한 지킴이로 떠올랐다. 프로 2년차 권혁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부터 선발 호지스를 구원 등판해 3⅔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히 틀어 막으며 팀의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미흡한 경험으로 배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던 권혁은 이날 3만관중이 가득 찬 가운데 시속 150㎞에 달하는 강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로 막강 두산 타선에 단 1개의 안타를 내주지 않고 삼진을 무려 5개나 뽑아내 눈길을 끌었다. 선동열 삼성 투수코치는 9회 2사에 '거포' 김동주가 들어서자 권혁을 빼고 임창용을 투입해 세이브 기회를 줬지만 삼성 팬들의 박수갈채는 권혁을 향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김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권혁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을 정도. 사실 권혁의 올 시즌 플레이오프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권혁은 대구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0-1로 뒤지던 6회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주자 1,2루에서 김동주, 홍성흔에 연속 사사구를 내주고 1실점하며 강판당해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저버렸던 것. 2차전에서도 권혁은 다소 불안했다. 3-1로 앞서던 8회초 2사 1루에서 전상열 타석 볼카운트 0-2에서 선발배영수를 구원 등판한 권혁은 볼 2개로 전상열을 내보낸 뒤 장원진을 삼진 처리해위기를 넘겼다. 9회초에는 다시 선두타자 최경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권오준과 교체돼 아직은큰 경기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3차전 만큼은 자신을 믿어 준 선동열 코치의 기대에 보답하듯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를 지켜 단숨에 삼성 마운드의 핵으로 떠올랐다. 경기 뒤 어깨에 얼음붕대를 맨 권혁은 "오늘 팀의 승리에 보탬이 돼 정말기쁘다. 코칭스태프가 나를 중용해 계속 출장시켜준다면 죽을 힘을 다해 던지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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