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학 수능에서 대리시험을 치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S여대 제적생 K씨(23.여)의 사연이 주변 사람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24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삼수생 J씨(20.여)에게 629만원을 받고대리시험을 치른 K씨는 울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2001년재수 끝에 S여대 정치행정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K씨에게 대학은 '낭만적인 캠퍼스'가 아니었다. 건축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47)와 용역회사에 다니는 어머니(47)에게 생활비를 의지할 수 없었던 K씨는 아르바이트를 해 보기도 했지만 등록금을 내기에는 벅찼다. 등록금을 못 낸 K씨는 3학기 만에 제적당하는 신세가 됐고 이 무렵 300여만원의카드 빚까지 지게 됐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빚까지 안게 된 K씨는 빚 독촉을 하러 오는 카드사직원들을 피하느라 고향에조차 찾아갈 수 없었다. 부모 볼 낯도 없었다. K씨는 제적후 몇 차례 대학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동생과함께 살고 있는 서울 자취방의 월세를 내고 나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처럼 생활고에 찌들어 있던 K씨에게 지난 8월께 달콤한 제의가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모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고 지내던 삼수생 J씨가 '600만원을 줄테니 수능 대리시험을 봐 달라'고 부탁해 온 것이다. J씨는 광주 S여고를 졸업한 2003학년도 이후 두 차례 입시에서잇따라낙방한뒤 면목이 없자 '광주 모 대학에 합격했다'고 부모에게 마저 거짓 대학생 행세를 하고 있던 터였다. J씨는 '삼수째에는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생 행세로 부모에게 받은 두 학기 등록금 등 629만원을 7차례에 걸쳐 '돈이 필요한' K씨에게 입금시켰다. 그러나 '돈'과 '점수'를 바꾸려 한 이들의 거래는 수험표 사진과 응시자 얼굴이다른 점을 의심한 감독관에게 적발됐다. 담당 경찰관은 "이들의 어려운 사정은 이해되지만 대리시험을 모의하고 실행한행위는 용서받기 힘들 것"이라며 "부정행위가 아니더라도 좀 더 바람직한 묘안들을 짜내지 못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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