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는 더이상 숨기거나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액수가 적지 않은데다 과다계상이나 편법 지출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자난해 시민단체들은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네트워크을 발족하 예산감시운동을 펴고 있다.
거기에다 의회까지 나서서 판공비 현금지출을 선심성 행정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제동을 걸기에 이르렀다. 경주시의회는 시장의 판공비는 카드 결제가 원칙인데도 8천여만원을 현금으로 지출한 것에 대해 투명성 결여로 문제삼은 것이다. 행정자치부가 판공비 투명성을 위해 99년부터 카드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전체액수 25% 안에서 현금지출을 허용했다.
8천여만원이 25%내의 현금지출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경주시장의 판공비가 3억2천여만원이나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98년 대구시장의 판공비가 2억5천만원과 비교해 볼때 경주시장의 판공비가 상당히 많을 액수라 할 수 있다. 카드 결제원칙에 따른 투명성 결여의 문제이지만 판공비 과다 지출에 따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 경주시장의 판공비가 3억2천여만원에 못미치는 금액이라면 이는 ‘현금지출 과다’에 해당돼 행정치부의 판공비 사용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경주에서 세계문화엑스포를 치르면서 예년에 비해 판공비를 많이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금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과다 지출을 너그럽게 봐줄 시민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의회, 시민단체뿐 아니라 법원도 판공비 과다 지출에 대한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지난 99년 11월 인천지방법원은 단체장의 판공비 사용 내역과 연수증 전부가 공개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올해 5월에는 서울고법이 “판공비가 사용된 대상이 일반인이라도 그 인적사항은 공개대상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세부적인 인적사항까지 공개하라는 뜻은 판공비가 단체장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국민이 쥐어준 ‘용돈’이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인식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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