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환자가 미국 이외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모든 국가들이 탄저균 때문에 전전긍긍이다. 이제는 흰색의 가루만 보면 탄저균인가 의심할 정도로 사람들이 백색의 공포에 휘말리고 있다.
최근 대구시 동대구우체국에서 흰색 가루가 묻은 우편물이 발견돼 군인들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분석 결과 이 흰가루는 ‘비닐 우편물이 서로 붙지 않도록 뿌렸던 밀가루’같다 해서 한숨을 놓기는 했지만 백색의 공포는 여전하고 앞으로 더 심해질 조짐이다.
테러와 탄저균은 일종의 노이로제증세를 유발시키고 있다. 서울에서는 가로수에 칠해진 흰색 표지를 보고도 놀라 신고를 했고, 이것은 외국인들이 마라톤경기를 하면서 길 안내용으로 칠해둔 밀가루로 밝혀졌다. 또 대구시 모예식장앞 길거리에 백색가루가 흩어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확인 결과 벽돌타일 시멘트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탄저균 노이로제가 웃지 못할 소동을 빚고 있는데, 폭탄테러 노이로제도 가세한다. 열쇠공의 가방을 폭발물로 오인해서 신고를 하는 헤프닝도 벌어지고, 조금 이상한 물체가 발견돼도 군경이 출동한다.
테러집단들은 그들의 목적을 매우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세계를 공포속에 몰아넣는 것이 그들의 일차 목적인데, 우리가 그들의 계략에 쉽게 말려드는 것도 문제다. 테러나 탄저 위협을 경계는 해야겠지만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의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인데, 문제는 장난 삼아 신고를 하는 부류들이 있다는 점이다. 신고를 받고 군경이 출동해보면 별것도 아닌 것이 드러나 공연한 수고를 하는 일이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것이다. 세상에는 심술궂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경찰인데 이런 일에까지 일손을 뺏기면 치안이 문제될 것은 물론이다. 장난신고는 절대적으로 자제돼야 하고, 그런 사범이 생기면 철저히 추적해서 엄벌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경계토록해야 할 것이다. 불안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더 불안하게 하는 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은 어떤 경우든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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