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상대로 기업활동을 하는 시대에는 국제적으로 잘 통하는 기업체의 이름이 유리하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상사원들도 자신의 이름을 ‘서양식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이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친근감을 느끼고 외우기가 쉬워 영업활동을 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포스코 주식중 63%를 외국인 주주들이 가지고 있다. 절반이상의 주인이 외국투자가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에게는 ‘포항종합제철’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외국주주들은 그동안 “이런 社名을 가지고는 외국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자주 지적해왔다.
또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지역 주민들에게는 ‘포항제철’이란 이름에 불만이 많았다. “광양제철은 포항제철의 庶子냐”라는 것이었다. 이 둘을 통합하는 ‘하나의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제화시대에도 걸맞고 광양주민들의 불만도 해소할 수 있는 이름 ‘POSCO’가 탄생한 것이다.
지난 93년도에 포스코가 사명변경을 시도했다가 포항시민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것은 포항시민들의 솔직한 정서의 발현이었고, 포항종합제철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68년도 포항에 자리잡았고 포항시민들의 사랑속에 성장하던 기업이 ‘당초의 이름’을 잃게된다는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상황은 많이 변했다. 세계화 개방화는 점점 가속화됐고 국경개념은 차츰 허물어져가는 시대이다. 聖人도 時俗을 따른다는 말이 있듯이 기업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사람도 여러가지 이름을 가졌다. 어릴 때 ‘애명’이 있고 호적에 이름을 올릴 때 ‘官名’을 다시 지었다. 또 ‘아호’ ‘별호’ ‘子’까지 다양하게 지었다. ‘포항종합제철소’가 ‘POSCO’로 바뀐 것은 글로벌시대에 글로벌기업의 위상에 ‘걸맞는 기업명칭’을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POSCO의 ‘P’는 ‘Pohang’이므로 ‘고향지역’을 첫머리에 올려 “항상 포항과 함께 간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니, 포항시민들의 정서가 많이 감안돼 있다. 지금은 ‘지역정서’보다는 ‘기업의 활동역량’을 높여주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주주들이 원하고,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편하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상부 포스코회장은 취임 당시 “포항과 포철은 물과 고기의 관계”라고 했다. 이름이 바뀌었다 해서 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만 포스코가 ‘국제화된 새 이름’을 달고 세계화시대를 더 활기차게 헤쳐나가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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