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많이 나는 계절이 왔다. 해마다 이만때면 산불몸살을 앓는다. 나무뿐 아니고 산간의 가옥들이 불타는 경우도 있고, 가축들을 잃는 일도 많다. 모든 공무원들이 봄 한철을 ‘악마의 계절’이라 부를 정도로 산불노이로제에 걸린다.
일년중 가장 기후가 건조한 때가 봄철이고, 바람 또한 강하므로 한번 번진 산불은 강풍을 타고 멀리 번지니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주일가량씩 잡지 못하는 일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우리나라 산들은 ‘綠化’ 일변도의 식목정책 탓으로 소나무를 많이 심기 때문에 산불을 ‘자초’했다. 송진에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다. 소나무가지에 불이 붙으면 그 불덩어리가 강풍에 날아가 다른 지역에 또 불을 지른다. 소나무와 참나무를 일정비율로 섞어 심으면 산불이 잘 나지도 않고, 번지는 속도로 늦출 수 있다.
지금은 산불의 무서움을 모두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도 조심을 많이 하고, 다들 스스로 산불감시원이 된 마음가짐으로 서로 경계를 하기 때문에 失火로 인한 산불은 많이 줄고, 흡연자들의 담뱃불이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이었으나 지금은 각성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산불의 한 원인으로 등장한 것이 정신질환자들의 고의적 방화이다. 불을 질러놓고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경제생활이 곤경에 처했거나 심리적 불안을 심히 느낄 때 불을 지름으로써 순간적 기쁨을 맛보는 정신질환자다.
자동차에 연쇄적으로 방화를 한 사람이나, 상습적으로 불을 지른 가정주부 등 모두가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얻은 정신질환들이다. 상습방화범들의 주된 대상은 산림이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사람들이 불을 끄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가학성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포항시 기계면 지가리에서 19번째 산불이 났다. 범인은 정신질환을 앓는 지능범임이 분명하다. 한밤중에 이 산 저 산 옮겨다니며 감시망을 피해 불을 놓는다. 공무원들과 주민들이 설명절을 반납하면서 범인 검거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 모두가 산불감시원이 되고, 상습방화범 색출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주변에 ‘불질러놓고 쾌감을 느끼는 정신질환자’가 있는지 살피고 이를 경찰관서에 신고해서 집중감시토록 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나무 중심의 植木정책을 개선하는 일이다. 산불을 자초해놓고 산불대책을 세우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나라 산들은 더 이상 綠化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푸르다. 이제는 ‘산불저지 목적의 식목’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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