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를 가지고 흥정하는 유권자가 있는 한 선거는 흙탕물이 될 수밖에 없다. 비리 등으로 구속되는 단체장들이 있고, 음주폭행 등 자질 미달의 지방의원들과 이권개입으로 물의를 빚는 대표자들이 있는 것은 유권자가 잘못 뽑은 탓이다.
법 한도내에서 선거비용을 쓰는 후보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교묘한 방법으로 ‘쓴 돈’을 숨기고 사후 보고서에는 ‘적정 규모의 비용’을 맞추기만 하면 무난히 넘어가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지만, 어느 후보가 많은 돈 쓰기를 즐겨하겠는가. 法定비용 이상을 쓰는데는 ‘유권자의 요구’가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유권자가 부정선거 혼탁선거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밤늦게 후보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노래방값과 술값을 계산해달라” 요구하는 일은 이미 일반화돼 있다. 이런 돈 계산하러 다니는 선거운동원을 따로 두어야 할 지경이라고 탄식하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 아파트부녀회에서 야유회를 간다고 찬조를 요구하면 몇십만원은 주어야 한다. “음주운전에 걸렸는데 빼달라”는 전화를 받는 예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이쯤 되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지역의 대표자’가 아니라 ‘민원해결사’가 될 수밖에 없고, 人材가 아니라 돈 잘 뿌리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다. 돈 많이 뿌린 당선자는 그 ‘본전’을 위해 이권개입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법적 조치를 당하는 불명예를 보이고마는 것이다.
이와같은 불명예는 당사자 자신의 불명일 뿐 아니라 그를 선출한 당해 지역 유권자의 불명예로 돌아오는 것이다. 행정능력과 양심과 자질을 보고 표를 찍은 것이 아니라 ‘돈에 팔려서 혹은 향응을 받고’ 표를 준 결과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이미 선거풍토 정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부정선거 감시 고발센터’를 설치한 지역도 있고, ‘유권자 감시활동’에 들어간 지역도 있다. ‘人材가 숨어버리는 선거풍토’ ‘돈이 판치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양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유권자 계몽운동’을 전개하는 지역도 있다.
탁한 물에 살던 물고기는 맑은 물에 들어가면 살아가기 어렵게된다. 유권자가 ‘맑은 물’을 만들어두면 ‘흐린물에 살던’ 물고기는 자연히 사라진다. 유권자가 ‘소금 먹은 자가 물켜는’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것이 맑은 물을 만드는 방법이다. 전문지식과 오랜 행정경륜과 지역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와 양심을 가진 대표자를 뽑겠다는 의지를 유권자들이 투철히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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