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선시대의 유물인 시장·군수의 관사가 민선시대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경북도내 23개 시·군 중 무려 17개 자치단체의 시장·군수가 관사를 자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포항, 영천, 김천, 구미 등 10개 자치단체장들은 84㎡~162㎡규모의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경주, 영주, 의성 등의 자치단체장들은 110㎡~290㎡ 규모의 단독주택형 관사를 자택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사란 과거 관선시대의 빈번한 인사이동을 전제로 한 임명직 자치단체장들의 숙소다. 민선시대 출범과 함께 용도폐기되었어야할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인사이동이 全無한 순수지역대표인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아직도 관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치단체장이 관사를 사용하는 것은 우선 자치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선자치시대 자치단체장은 무엇보다‘住居의 고정개념 위에서 출발’한다. 예산의 낭비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관사가 있으면 전화료, 전기료, 수리비 등을 적지 않은 관리비가 든다. 관사 1채당 연간 관리비가 적게는 25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불필요한 예산낭비다.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이 지출하지 않아도 될 곳에 아까운 지역민의 혈세를 써서는 안된다. 시민의 재산인 관사를 자치단체장 자신의 私益에 사용하는 것은 공금유용이나 다름 없다.
지금이라도 관사를 자치단체장의 자택으로 불필요하게 사용하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관사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마땅하다. 매각해서 자치단체의 재산으로 편입시키거나 지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公益공간’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몰염치한 자치단체장들이 있는 반면에 양식있는 자치단체장들도 있다. 상주시는 관사를‘여성의 집’으로 개조하여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봉화군은 관사를 학생들의 학습장으로, 고령군과 영양군은 군민들의 지적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자료실 등 對군민서비스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 자치단체장들의 의식도 성숙할 때가 됐다. 자기 집을 놔두고 시·군민의 공유재산인 관사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자치단제장들을 좋아할 지역민들은 없다. 지방자치시대의 자치단체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청렴이다.
사재를 털어 지역민들에게 봉사하기는 커녕 솔선수범해야할 자리에 있으면서 지역민들이 누려야할‘재산적 이익’까지 빼앗아가는 자치단체장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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