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을 하나로 묶는데 결정적인 매개체역할을 담당해왔던 반상회가 근래 들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구·경북지역 자치단체들이 예외없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대구시 동구청의 경우 단독주택 1천399개 반과 아파트, 공동주택 544개반 등 모두 1천 943개반이 있지만 반상회를 여는 곳은 겨우 49.7% 정도다. 북구청 역시 50%를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고 있는 경북도 반상회 개최율이 저조하다. 어촌지역인 울진의 경우 전체 778개반 중 상당수가 반상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주택밀집지역에서 열리는 반상회도 개최율이 20%를 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반상회는 우리에게 친숙한 주민자치조직이었다. 물론 조작된 정보의 일방적 주입과 교육이 주류를 이루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주민들의 계몽과 화합에도 적지않은 일조를 했던게 사실이다.
반상회가 급격히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이면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무엇보다 교통·통신의 발달 특히 인터넷이 안방을 차지하고부터는 반상회 위축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정부 각 부처나 공공기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반상회에 의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개인이기주의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좀더 깊이 성찰해보면 더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반상회의 태생적 결함이다.
반상회는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직된 주민동원조직이다. 개발독재의 잔재라는 의식이 지금도 주민들에게는 잔존하고 있다. 그만큼 반상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은 뿌리깊다. 민주화시대의 주민들이 반상회라는‘요식적이고 동원된 자리’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상회를 퇴조시킨 것은 바로 이같은 주민들의 피해의식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든 반상회는 필요하다. 주민간의 화합과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 문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이제 반상회를 시대정서에 맞게 바꿔야 한다. 성격이나 구조까지도 리모델링해야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겠다. 다만 반상회가 현직 자치단체장과 정부의 홍보용공간이나 선거운동의 온상으로 변질·왜곡되는 것은 경계하고, 주민협력·합심의 공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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