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빌려온 경선’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지만 예상했던 대로 대구·경북지역 한나라당 자치단체장경선이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커보인다. 각 지역지구당별 경선과정이 온갖 利權과 情實이 뒤엉킨 혼탁 돈선거로 심각하게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全지역·全과정’의 경선에서 부정적 징후들이 나타난다. 청송군수공천후보경선에 나섰던 황모 후보가 지구당위원장과의 공천헌금거래사실을 폭로하면서 불거진 혼탁조짐 등 광범하다.
경산·청도지구당도 오는 26일의 지구당운영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경선후보였던 김경윤 전지구당위원장이 지구당의 금품수수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문경·예천지구당도 시끄럽다. 지구당위원장인 신영국 의원과 공천열쇠를 손에 넣은 김수남 현군수가 공천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심지어 성주·고령지구당 위원장인 주진우의원은 일부 후보들에게 공공연히 특별당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나라당이 도입한 경선이라는 제도는 분명 우리 정치사에서 혁명적인 정치실험이다. 생소할 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구조나 정치문화로서는 소화해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었지만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다. 어떤 실험이든 실패는 있다. 그리고 그 실패는 개선노력만으로도 아름답다. 실험을 뒤틀리게 할 부정적 변수들을 정확히 잡아낼 수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당의 경선실험은 경우가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실패가 준비된 실험’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경선의 첫단추를 끼울때부터 이미 시행착오를 유발할 수 있는 변수들이 거의 다 지적됐음에도 제도를 받아들일 정치환경의 정리를 소홀히 했다는데 원인이 있다.
그러나 더 큰 원인은 경선이 주민과 당원에 의한 문자 그대로‘상향식공천’이라는 제도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데 있다. 당연히 선거인단 인선이 정상적으로 될 리 없다. 특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역주의구도 역시 경선과열을 부추겨 실패한 실험으로 몰아갔다고 볼 수 있다. 정당공천은 이제 겨우 지구당위원장 손에 넘어온 수준이다.
‘공천의 눈높이’가 더 내려가야 한다. 경선은 시민의식이 성숙돼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다. 기왕 내친 혁명적 걸음이니만큼 한발 더 나아가 정당간의 선거인단교류방식도 시도해볼만 하다. 이번 경선에 우리 정치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은 배전의 노력을 통해, 이번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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