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모 입시학원 수강생들과 고교생들이 위탁급식업체에서 공급받은 도시락을 먹고 집단식중독을 일으켜 40여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세균성 이질은 복통과 설사를 일으키는 1군전염병으로 이른바 후진국병의 하나이다.
불결에 의한 후진국병이 집단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중대한 국제행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자칫 행사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 세계의 눈이 월드컵 개최 도시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결한 위생관리로 인한 후진국형 전염병 발생’이란 사실은 거의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구시가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자세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언론기관에 알리지만 않으면 ‘묻혀질 사건’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대구시는 이질환자를 의료기관에 맡기면서 ‘언론에는 함구해달라’ 부탁을 했다.
어리석은 생각이다. 40여명이 발병했는데 이것이 어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 며칠간은 감춰질 지 모르지만 조만간 알려질 것은 기정사실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공무원식 사고방식’이 한심한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은 언론에 알려졌고, 대구시는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격’으로 행정불신만 사게 됐다.
‘시민의 알 권리’는 단순한 ‘권리’ 차원이 아니다. 좋지 않은 일이라도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전염병 발생 사실은 신속히 알릴 수록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식품업체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더 신중히 하고, 소비자들도 더 조심을 하게 되므로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지금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문시장의 비자금사건이 검찰수사로까지 가고 있으며 시 직원들의 사기도 심히 저하돼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이질사건’이 터지니 “되도록 덮어두자”는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법’보다는 ‘정면돌파’가 정정당당하다는 생각도 했어야 했다.
식품의약안전청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심한 不信을 받게되었다. 시와 식약청은 감염원으로 알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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