票는 인기에 좌우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대표자를 뽑는 중이냐, 인기투표하는 중이냐”는 소리도 나온다. 자치단체장 입후보자들 중에는 실무를 한 두번 경험해본 사람들도 있는데, 재직중 ‘인기문제’로 고민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인기를 위해는 관내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각종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 그러나 행정업무를 위해서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업무는 한도 끝도 없다”고 한다. 사소한 민원업무에서 지역의 중대한 건설사업에 이르기까지 단체장의 처결을 기다리는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래서 단체장의 근무시간은 하루 25시간이라는 말까지 있다.
인기를 위해서는 경조사나 행사에 자주 가야 하고, 업무를 위해서는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데, 여기서 갈등이 생긴다. 人氣를 위해서는 일을 희생시켜야 하고, 일을 위해서는 인기에 대한 유혹을 버려야 한다. 당연히 유권자들은 ‘일’을 열심히 하는 인물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기’ 많이 얻은 사람에게 표가 더 가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래서 막대한 慶弔事費를 지출해가면서 ‘얼굴내밀기’를 하는 것이다. 이 비용은 어디에서 조달하는 것인가. 시민의 세금에서 떼낼 수도 있을 것이고, 특정 기업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나오든 그 돈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유권자들도 알 것이다.
건전한 의식을 가진 유권자라면 어느쪽을 선택할 것인지를 쉽게 판단할 것이다. ‘얼굴 한번 더 보고, 악수 한번 더 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지역의 행정업무에 투입한 후보’에 당연히 표를 주어야 할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인간의 유형을 ‘정치가적 성향의 인간’과 ‘행정가적 성향의 인간’으로 나누는데, 정치가적 성향의 사람은 과감하고, 행정가적 인간형은 신중하다고 한다. 자치단체장을 선거하는 일은 행정가를 지역살림의 수장을 뽑는 일이다. 살림을 꼼꼼히 알뜰히 챙기고, 실수를 해서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청렴한 인물이 자치단체의 행정에 더 적격일 것이다.
선거직 공직자들은 항상 票가 머리속에 있을 것이고, 모든 업무처리에서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기 없는 일은 피하고 인기 얻을만한 일에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유권자들이 해야 할 일은 ‘자잘한 눈앞의 인기’에 집착하는 인물인가, 당장의 인기는 없어도 지역사회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역사에 기록될 큰 인기’를 생각하는 인재인가를 판별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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