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행정의 시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상생활의 어느 부분도 행정의 손길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사회적 역할과 비중은 막중하다. 삶의 기초단계라 할 수 있는 거주·이전에서부터 교육, 복지, 치안, 선거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모든 것이‘행정의 손끝’에서 움직인다.
더구나 지금은 첨단 기술·정보를 국가·사회의 발전기반으로 삼고 있는 21세기이다. 사회구조가 전에 없이 분업화·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행정도 고도의 전문적 기술지식이 없이는 사회적 요구와 필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고물로봇’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행정이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둔하고 무지하다면 사회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사회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요즘 우리 지자체들이 보이는 모습들이 그렇다.
행정조직이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어떤 자리에 어떤 정보와 경험이나 노하우가 필요하다든가 하는 행정의 효율성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같은 것은 애당초 없어 보인다. 민선자치가 어언 12년이지만 경북도내 대다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3할에도 못미치고 있는 열악한 현실도 결국 이들의 한심한 의식수준에 원인이 있다. 영양군의 경우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과나 사회과, 환경위생과 등은 행정적 전문성과 기술적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그런데 환경보호과나 사회과는 민선자치 이후 줄곧 행정직 공무원들의 독무대가 되어 왔다는 것이다. 사무관 자리는 물론이고 일부 계장급 자리도 기술직이 아닌 행정직이 독점, 정작 기술직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설자리마저 빼앗긴 상태다.
영양군은 지금이라도 자신을 돌아다보고 왜 지금처럼 낙후돼 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군이 발전하는 길은 행정조직을 재편성하는 것 뿐이다. 필요한 공무원이 있을 자리에 있지 않다면 그것은 행정조직 자체가 낙후돼 있다는 증거다. 행정직 우위의 권위주의적 고정관념 역시 영양군에 전혀 도움이 못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아무나 아무자리에 아무 생각없이 땜질하는 식’의 중구난방 행정조직으로 통하지 않는 시대다. 더 가난의 늪으로 빠져들기 전에 기술직공무원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다른 지자체들도 대동소이하니 대오각성해야 할 일이다. 가뜩이나 이공계기피현상으로 국가의 과학기술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이다. 국가사회의 중심축이 돼야 할 공무원사회가 이처럼 적재적소 배치가 안된다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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