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상황이 계속되니 그제서야 “큰일났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도 에너지절감대책을 내놓는 등 난리법썩들이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실천될지 의심스러운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여러차례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을 절감했으면서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요즘 우리 생활주변을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국내유가 역시 하루가 다르게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있지만 우리의 에너지소비습관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전기를 아낄 줄 모른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동차로 인한 에너지과소비다. 우리도 이미 자가용 1천만대시대에 접어든 만큼 자동차가 소비하는 기름의 양은 엄청나다.
선진국의 두배에 이르는 자가용 이용률만 보더라도 우리의 에너지낭비가 얼마나 극심한지 잘 알 수 있다.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고, 타이어의 공기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든지, 불필요한 공회전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경제운전요령도 반드시 실천해야 하지만, 의식개혁이 없고서는 그릇된 자동차문화가 바뀌어지지 않을 것이고 에너지절감대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자동차의 크기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고 대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병폐다. 그러다보니 집은 없어도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우스운 세상이 돼 버렸다. 어슬픈 권위의식이나 허영은 버려야 한다. 자동차는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한낱‘도구’일 뿐이다. 정부도 과감히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처럼 좁은 국가에서는 경차와 대중교통이 더 적합하다. 대형차는‘휘발유 먹는 하마’다. 정부는 대중교통정책을 중심축으로 하면서 한때 시행됐던 경승용차우대정책을 회복시켜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차 비율이 대형·외제차 보다 더 낮다는 것은 우리의 경차경시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포항·경주 등 경북 동부지역의 올1월 판매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승용차 총판매량 1,414대 중 경승용차는 138대에 불과하다. 에너지쇼크가‘목전의 현실’인데도 대형승용차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35.5%나 증가했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절약은 우리같은 에너지빈국이 지켜야할‘생존의 철칙’이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차량10부제는 물론이고 카풀제도 적극 권장해야 하겠다. 그러나 국민들 각자가 자발적으로 에너지절감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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