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시대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취임사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노무현정권의 가장 큰 의의는 총체적인 ‘과거의 청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바로 거기에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과거청산의 핵심’인 동시에 반드시 이루어내야할 시대적 화두이다. ‘서울 경기 집중’의 폐해를 청산해야 하지 않고서는 지방도 서울도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지방과 서울이 균형감 있게 발전해야만 국가의 발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울집중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체감해왔다. 국부의 7~8할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다보니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고 지방은 상대적인 빈곤과 좌절감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은 너무 많이 먹어 비대증에 걸려 고생하고 지방은 너무 못먹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서울과 지방은 각자의 장점과 역할이 다르다. 서울은 서울대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역할이 있고 지방 역시 그러하다. 서울이 할 수 없는 일을 지방이 해낼 수 있고, 지방이 역부족인 일은 서울이 맡아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지식정보화시대는 순발력과 효율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중앙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공룡국가조직으로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중앙과 지방이 역할을 분담해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전체로서의 하나’가 되는 것이 곧 지방분권이다.
노정권 역시 지방분권을 거듭 강조해 왔을 뿐 아니라 국정좌표로 분권과 자율을 못박을 만큼 지방분권의 의지는 단호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그같은 징후들은 뚜렷하다. 노대통령을 보좌할 청와대 비서진들의 면면에서도 여실히 읽을 수 있듯이 개혁의 의지만큼은 결연해 보인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길’이 순탄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서울 중심적 법·제도와 관행을 하루 아침에 뜯어고치기는 어려울 것이고, 무엇보다 서울독식에 맛 들인 기득권층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앙관료의 부처이기주의는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할 난제이다.
‘지방이양일괄법’을 조속히 제정해 법·제도적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방 스스로도 수권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여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방의 기초를 다져주어야 한다. 노정권은 저항세력에 흔들리지 말고 지방분권의 약속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