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에 2인조 강도가 들어 박물관 직원을 흉기로 위협, 국보와 국보급 문화재를 강탈해 간 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이는 문화재 강도사건이어서 충격적이다. 강도들은 야간에 국립공주박물관 전시실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전시장 유리문을 부순뒤 국보 247호인 백제 금동불과 고려 상감청자 등 3점을 강탈해 갔다.
도난당한 국보가 전시돼 있던 1층 전시실에는 범인들과 범행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폐쇄회로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니 더욱 놀랍고 기가 막히다. 어떻게 문화재 관리를 이처럼 허술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문화재 도난·도굴사건 발생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가을 문화재청이 국회에 제출한 문화재 도난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4년이후 최근까지 도난당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는 모두 188건에 7천403점으로 이중 회수한 것은 34건 608점에 불과하다.
왕릉이 많은 경주의 경우 신라왕릉 36기중 11기가 22차례에 걸쳐 도굴당하는 등 영남지방 고분중 2~3%만이 도굴되지 않았으며 호남지방에서도 도굴꾼의 손이 닿지 않은 고분이 거의 없다는 게 문화재전문가들의 말이다.
특히 사찰의 불상안에 있는 복장품 국보급 문화재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라니 우리나라는 실로 문화재 도굴꾼과 밀매자들의 천국이라 할만하다.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 관리하라고 1999년 문화재관리국을 문화재청으로 승격까지 시켰고 지난해에는 도난·도굴 문화재의 부정유통을 막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하기도 했으나 문화재 부실관리는 여전하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의 문화재 관리는 안된다. 물론 문화재를 제대로 관리, 보존하는 데에는 충분한 예산과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언제까지 예산핑계, 인력핑계만 대고 있을 것인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는 계속 사라지거나 훼손되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문화재 관리를 위해 과감하게 예산을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문화재 도굴·훼손 등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문화재청의 현행 조직구조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와함께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일반국민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민족의 정신’을 사유물화하거나 투자대상으로 삼거나 해외로 밀반출하는 등의 반만족적 악행이 이같은 도난·밀매행위를 불러온다.
문화유적지의 기와조각 하나라도 함부로 주워갖지 않는 국민의 문화재 존중의식이 확산된다면 문화재 도난·도굴이나 밀매·밀반출행위도 발붙이기 힘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인이 습득한 문화재를 정부가 보상금을 지불하고 매입하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문화재는 ‘투자대상’이나 ‘사유재산’이 돼 안방 금고속으로 숨어버렸다. 이 잘못 개정된 법부터 원상복귀시켜야 한다.
전에는 ‘문화재 도둑’이 날뛰었는데 이제 ‘문화재 강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벌법을 더 엄히 개정해야 한다. 이라크는 최고 사형까지 시켰었다. 세계4대 문화유산이 보관된 이라크 박물관들이 강탈당하더니 그 모방범죄가 우리나라에도 발생하는 것같다. 문화유산보호책은 더 엄격해져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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