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예술작품을 심사하는 일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엄격히 공정성을 기하기는 어렵다. 심사위원들도 각자 개성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므로 편견이 개입될 소지는 있다. 따라서 자기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나, 제자의 작품일 경우 점수를 더 주게 될 소지는 많다.
그래서 예술작품 심사에서 실력의 차이가 근소할 경우에는 아무래도 정실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그것이 노골적일 경우 물의를 빚는 일이 많다. 결국 亞流를 만드는 것이 공모전이라 해서 아예 국전 등 공모전에는 응모를 하지 않는, 이른바, 在野 예술인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얼마전에는 국악경영대회에서 노골적인 정실이 개입됐고, 심지어 돈을 받고 수상자를 결정했다는 혐의로 유명 국악인이 사법조치를 당한 일도 있었다. 경영대회나 공모전이 있을 경우 응모자들이 심사위원을 미리 알아 로비활동을 벌이거나 뒷거래를 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얼마전 한국서예가협회와 한국서가협희 간부들이 금품을 받고 작품을 대필해준 일도 있었고, 입상작 포구를 의뢰하는 과정에서 대가를 받고 특정업체를 선정하는 일, 심사위원 선정에서 특정작가들을 중심으로 선발해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일, 출품자들이 심사위원의 작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청탁을 하는 일 등이 있어 경찰조사를 받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서울지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예술계의 비예술적인 부도덕’이 어디에서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구미시는 2001년 ‘구미시 건축설계 대상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이 출품한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에 실시한 ‘제6회 디지털구미 전국산업디자인대전’에서는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교수들이 자신의 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대거 수상자로 결정해 항의소동을 빚기도 했었다.
최근 구미시는 4억5천만원을 들여 임수동 동락공원내에 6.25참전용사 등 호국용사를 기리는 대형조형물을 설치키로 하고 공모를 거쳐 당선작을 결정했는데, 탈락한 일부 응모자들은 “모심사위원이 노골적으로 출품작들을 비하하거나 두둔해 특정작품을 당선시키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공정한 심사를 하려면, 특정인의 입김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토론 없이 비밀투표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옳다.
세상이 다 부패하고, 부정이 날뛰더라도 문화예술계만은 깨끗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예술까지 ‘검은 거래’로 타락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관련자 명단을 공개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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