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중소도시에 있는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갑동씨. 10월 24일 아침 출근길에 평소 소원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를 만났다. “갑동씨, 그 동안 소원했던 것 사과한데이.” 더 없는 상냥한 미소를 띄면서 사과를 한 개 불쑥 내미는 그를 보면서 갑동씨는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무슨 사과냐고 물었더니, 오늘이 “애플데이(Apple Day)”란다.
애플데이?
애플데이란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에서 주최하고 농림부와 농협이 후원하여 제정한 날로 우리 국산 사과를 소재로 하여 ‘사과(Apple)로 사과(謝過;Sorry)하세요!’ 라는 주제어를 걸고 화해와 협력, 이해와 용서의 날을 정한 것이다.
제2회 「애플데이, 사과의 날」 행사 리플렛에 ’화해 꼬~옥하고 싶어요!, 사소한 일로 멀어졌던 사람들에게 사과로 화해의 마음을 꼬~옥 전하고 싶어요! 화해로 여는 함께 웃는 학교,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사회.‘라는 글이 눈길을 끈다.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착상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라는 소리는 들었어도 ‘애플데이’라는 소리는 처음 듣는 분이 많을 듯하다.
외국의 것이 모두 상술에서 제정된 날이라면 애플데이는 상술이 아니라 사회 화해와 이해를 위하여 만들어진 날이다.
국산 사과를 소재로 하여 화해의 날을 설정하고 해마다 이를 위한 행사를 하고, 사과 나눠갖기와 함께 먹기를 하고,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했단다.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고, 사회 화해를 주선하고.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고, 사소한 일로 오해하고 살았던 이웃에게 화해의 사과로 당신의 마음도 전하고. 사과 소비량을 늘려 시장 개방 등으로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사과 생산 농민들도 돕고. 비타민이 많아 미용에도 좋고, 쥬스로 마시면 독감예방에도 좋고, 성인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과도 먹고. 주는 사람 아름답고 받는 사람 편안하여 소원했던 관계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참으로 일거양득의 참신한 아이디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동서 화합과 화해’라는 말을 자주 써 왔다. 좁은 국토에 동서로 서로의 정서가 갈려 반목과 질시, 시기와 불협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자지간에, 매일 몸을 부대끼며 사는 부부지간에, 사소한 일로 이웃과 반목과 질시로 어려워하기도 했다. 이것은 긍정적으로 보면 지역사랑의 정신과 서로 다른 성격 유형의 부대낌 정도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그릇된 시각을 가진 일부 정치인들의 부추김과 자기 중심의 사고가 노정된 것이다.
10월 24일. 오늘은 「애플데이; 사과 하나로 화해하는 날」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이웃에 살고 있는 타 지역 출신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사과 하나로 화해하는 시간을 갖자.’ 평소에 잘 지내고 있다면 ‘사과 하나에 미소 나누며 바쁜 숨 잠시 고르며 쉬었다 가자.’
청소년을 보면 미래를 안다고 했던가. 높은 산에 올라 자신을 돌아보며 호연지기를 키워나가야 할 우리의 청소년들은 오늘도 좁은 교실에서 책과 시름하며 쪼들리고 있다. 이들이 집으로 돌아 올때 사과 하나를 내밀며 한 번 웃어 주자.
‘오늘은 사과 하나로 화해하는 날’이라고. 종이장처럼 얇아진 인내 탓으로 때론 친구의 말 한 마디가 화를 불러오기도 하고, 친구의 몸짓 하나가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왕따 당하는 친구가 있고,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다.
어렵고 힘들지만 잠시 시간을 내자. 용돈을 아껴 사과 하나를 사자. 주위를 둘러보자.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고, 사소한 일로 오해했던 친구가 있다면 화해의 사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자.
제2회 「애플데이; 화해의 날」을 주최한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의 말처럼 ‘화해를 청하는 손, 사과를 내미는 손은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우리 사회를 화합하게 하는 시작’인 것을. 사과 먹어 미용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농민의 얼굴에 주름살 펴 줘서 좋은 것을. 화해로 여는 함께 웃는 학교,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사회가 되는 것을……
한 태 천 <경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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