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대구은행 강당에서 있었던 대구여성 신년교례회에서 조해녕 시장은 격려사를 통해 올 한해 대구시의 발전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을 하여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격려사 끝에 “여성계에게 부탁하노니 올해만큼은 제발 여성이 여성을 배척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여 더욱 발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자”고 덧 붙였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여성자신이며 여성유권자는 여성을 찍지 않는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여성계 풍토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한 셈이었다. 물론 양성평등 문화조성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여성계의 의지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발언이었겠지만, 그 동안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어떻게 보면 남성들이 여성들을 이간하여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조성한 것 같은 여성계의 분위기가 사실로 인정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신선한 소식이 들려 왔다. 여성들의 입법부 진출과 유권자 운동을 추진하기 위해 각계 여성인사 200여명이 결성한 「맑은 정치 여성 네트워크」는 이번 4ㆍ15총선 후보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된 여성 102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 여성후보가 출마 할 경우 당선될 수 있도록 각 당에 이들을 적극 추천하고 당선 및 지지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낙천ㆍ낙선운동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를 개혁하라는 특명과 함께 당선운동을 벌인다는 취지에서 여성들은 무한한 기쁨을 얻을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대의정치이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 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자유이며 어느 누구도 후보들을 자신의 자로 재어 떨어트리자, 당선시키자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사견을 전제하더라도 정치란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부정적 견해를 씻겨 준데 대한 기쁨이요, 우리나라에서 여성을 쓰려해도 인물이 없다는 핑계를 둘러댄 남성들에게 넓고 두터운 인재풀을 제시했다는 기쁨이다.
그 뿐 아니라 남이 두각을 나타냄에 시기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로 여성지도자를 키워내지 못했다던 우리 여성계에서 여성들 스스로가 도덕성과 신망, 전문성과 민주적 리더십, 양성평등 및 시민의식 등의 자질을 갖춘 여성들을 선정하여, 내가 아니고 당신들이 정치에 진출하여 지역주의, 연고주의, 금권정치, 남성중심 정치문화로 인한 부패의 고리를 끊어보라고 뒤를 밀어준 것은 대단한 용기임과 동시에 여성이 그 일을 먼저 해내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발표가 있던 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후보들이 TBC에서 토론회를 갖고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비슷한 시점에 한나라당에서도 개혁대상이라고 일컬어지던 중진의원 뿐만 아니라 개혁의 주체라던 잘나가던 젊은 의원조차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여 정치 물갈이를 위한 수로를 터 주었다. 정말 세상이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패한 정치 판을 모두 떠나려고만 해서는 영영 선진정치, 맑은 정치를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새로운 토양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만큼 그 동안의 무관심이나 거센 비바람이 연약한 싹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살피고 가꾸어야 할 것이 바로 우리 국민들의 의무이다. 변혁의 시대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 기쁜 일인가!
남 성 희<대구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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