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자녀 교육관이 바뀌어가고 있다. 학교 교육 중심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로 바뀌어가는 것이 그것이다. 아직은 <가끔씩>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어찌되었던 공교육의 현장에서 잠시나마 일탈 하여 해외여행이나 혹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 아이들이 증가추세에 있다. 이것은 자녀들에게 지식위주의 교육보다는 경험 위주의 교육을 중시하겠다는 의도의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직은 가끔이지만 이런 현상은 학교 교육과 학원 교육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다수의 부모들의 눈에는 신선한 충격으로 비추어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런 현상은 21세기의 삶의 양태는 지식만이 아닌 경험의 필요성,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많은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것이 건전한 상식을 가진 부모들의 교육관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여겨진다.
비단 교육현장의 현상만은 아니다. 기성세대들도 이제는 경험을 소유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삶의 방향이 바뀌어 가고 있음이 목격되고 있다. 즉 삶의 질적인 문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을 살아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을 가지고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값비싼 가구들, 전자제품들, 대형 승용차를 구입하는 재미로 살아가는 삶을 구가해 왔다. 그런 것들로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적 넉넉함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변하고 있다. 돈이 있다면 값비싼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보다는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 추세에 있고, 제3세계에 가서 삶의 실제적인 경험 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 중에는 돈을 버는 목적을 해외여행에 두는 경우는 다반사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본다. 이제는 미래학자들의 예견대로 <소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험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독일의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숙은 그의 자서 (잡 노마드Job Nomaden)사회에서 현대인을 노마드(Nomad, 유목민)로 표현한다. 유목민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짐이 되는 것을 기꺼이 버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최고의 재산으로 여기는 무리들이다. 그래서 군둘라 엥리숙은 현대인들의 특징을 소유보다는 경험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현대인들은 물건더미에서 해방되기를 원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파생된 말이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 Nomad>이다. 즉 <귀족적 유목민>이라는 말이다. 물건을 벗어 버리고도 품위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소유욕에서 벗어나 보고 들음의 체험을 중시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소유에서 벗어나고, 버림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소원과 꿈을 가슴에 가득안고 새해를 출발했을 것이다. 새해에는 소유보다는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고 몸소 겪어보는 체험의 소중함을 더 깊이 발견하고 깨달아가는 그런 삶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더 가지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들이 추해 보이고, 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산다는 것 자체가 꼴불견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소유의 량과 명품의 소유가 자랑거리가 아니라, 몸소 체험해본 살아있는 지식, 즉 경험의 량이 자랑거리가 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삶이 우선되는 사회에는 더 이상 빈부의 격차로 인해 가슴 아파하는 이웃들이 그만큼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노동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곧 인생이 될 것이고, 돈이 많은 사람들도 자신이 몸소 체험한 경험들이 곧 인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까지의 우리들의 삶이 소유의 량으로 빈부의 격차를 벌여 놓았다면 이제는 삶의 실제적인 경험의 횟수와 경험의 무게가 삶의 빈부 차이를 가져오게 하는 그런 삶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줄 알고 하루하루 삶의 현장에서 만나고 부딪히며, 땀 흘려 수고하는 그런 것들이 삶의 좋은 경험과 체험이 되어 일할 수 있다는 것, 듣고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의 제목이 되는 삶의 여유가 있어지는 삶을 소망해 본다.
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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