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정치권력을 잡기 위한 선거정치에서 상당기간 ‘이념주의’와 ‘지역주의’, 두 가지가 상대방을 제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자유당시대, 그리고 유신시대와 5공 시대 집권 정치세력은 반공을 명분으로 권력 경쟁자들을 ‘좌파’로 혹은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대권에 도전했다가 희생자가 된 대표적인 인물이 제 3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진보당의 조봉암씨, 80년 정국의 야권지도자 김대중씨였다. 이승만과 전두환 정권에 의한 탄압이었다.
그리고 김대중씨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이용했다. 전통야당을 분열시켜호남세력을 주축으로 탄생된 평민당이 지역주의의 서곡이었다. 이른바 ‘4자필승론’을 대선전략으로 하여 87년 민주헌법하의 첫 직선 13대 대통령선거를 지역주의로 물들였다.(4자는 경북(민정당 노태우) 경남(민주당 김영삼) 충청(김종필)과 전라남북(평민당DJ)을 말한다). 14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지역등권론’을 내세워 13대에 이어 호남 몰표를 얻었다.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인제의 부산경남표 잠식으로 대권을 잡았다. 16대 대통령선거에서도 DJ의 ‘지역계산’으로 인한 후계자 낙점설이 나돌자 이인제 대세론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DJ는 지역주의로 성공(?)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 나라의 정치는 피멍이 들었다. 계속해서 2004년 총선에서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간에 호남표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념주의, 지역주의에다 최근 세대주의가 나왔다. 16대 대통령선거에서 50대의 노무현 후보측은 60대의 이회창 후보를 세대간 대결로 유도하여 격파했다.
문제는 여권이 이번 총선정국에서 지난 대선때 효과를 본 세대간 대결을 다시 유도하면서 신구 세대간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지난 연말 열린우리당 의장경선을 앞두고 당 고위관계자들에게 “이번 총선의 얼굴은 정동영이 좋다”는 말을 하여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와 세대주의를 총선전략으로 삼고 있음을 드러냈다.
세대간 대결은 구세대는 낚고 신세대는 새롭다는 틀린 명제를 핵심담론으로 삼고 있다. 대략 40대를 중심으로 그 이전인?20~30대?를 신세대, 그 이후인 ‘50대 이상을 구세대로 이분한 것이다. 개인도 생각이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쉽게 말해 사람을 놓고 그 사람 ‘좋다’, ‘나쁘다’라고 하는 것이 이분법이다. 미국의 교육학자 페리(Perry)는 인지발달단계 이론에서 다중성, 상대론과 다른 ‘이원론(dualism)’은 흑백논리로 가장 낮은 단계의 사고(思考)로 지적했다.
해방이후 우리정치를 멍들게 한 좌우대결, 지역대결의 망국병도 따지고 보면 이원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젊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사용한 여러 가지 신?구세대 대결전략이 정치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해 과연 적절한가. 세대간의 대결 구도도 앞서 진행된 이념주의 지역주의 못지 않게 경우에 따라 위험한 요소를 담고 있다. 세대 대결이 정치의 중심축이 된다면 정치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세대 대결은 과거의 이념주의나 지역주의처럼 선거정치에만 날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폐해는 사회전체가 분할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사회적인 갈등과 균열을 넘어 가족간에도 보이지 않는 갈등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힘든 또 하나의 망국병이 될 수도 있다. 지역분할보다 세대간 분리라는 엄청난 사회분열의 회오리바람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점은 기우일까.
선거는 정반합(正反合)의 원리에 의한 변증법의 발전의 장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누가 이 나라의 국정을 담당할 인물인가, 과거 살아온 길과 정책을 놓고 주로 경쟁하면서 대안을 찾는 것이다. 신세대와 구세대는 함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사회공동체의 여러 요소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세대주의를 악용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
김 정 모
<미디어스피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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