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도보존법 설명회는 문화재청으로 대표되는 문화재관련 정부당국에 경주시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얼마나 큰가를 웅변하는 자리였다.
설명회라기 보다는 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문화재청의 한 당국자는 설명회 초반 “문화재 보존에 따른 경주시민의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경주시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법시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시행령안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려는 순간 반발이 터져나왔다.
설명회장에 고도보존법이 경주시민들의 여망을 철저히 외면해 원천무효라는 성명서가 배포됐다.
문화재청 사무관의 시행령안에 대한 설명에 뒤이은 질의·응답시간에도 질의보다는 부탁과 항의가 뒤썩인 시민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고도보존법이 시행되더라도 문화재 보호법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불만이 폭발했다.
“문화재보호법으로 고통받는 경주에 또하나의 규제장치만 더해졌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2중 3중의 규제만 강화됐다”
시민들의 항의성 발언이 이어지자 김종혁 문화재청 사적명승국장은 이주대책·토지매수청구 신설 등을 예로 들며 “고도보존법은 문화재보호법에서 빠져 있던 것들이 많이 신설된 획기적인 법안”이라거나 “규제의 강화가 아니라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지구지정, 보존정비계획 수립 등에 해당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시민들의 싸늘한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듯 했다.
문화재 당국에 대한 경주시민의 쌓이고 쌓인 불만과 불신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한 정부 당국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한 ‘설명회’였다.
경주=김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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