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항상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본격적인 강의에 들어가기 전에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요즈음 학생들이 어떤 문제나 내용을 다룰 때 전체적인 시각에서 관찰대상을 보기 보다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부분밖에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학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게 되더라도 그 과목을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좀 더 폭넓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세부적인 내용을 보라는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데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시스템’(system)이라는 용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고 많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 중의 하나인데,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즉, 시스템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모인 부분들의 집합체로서, 서로 상호작용해가면서 목적을 추구해나간다 라고 개념을 정립하고 있다.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도 따지고 보면 나름대로 그 학문을 하는 목적과 이유가 있게 마련이고, 그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 여러 가지의 구성요소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으며, 또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배우는 학문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을 모르고서 어떻게 학문을 제대로 배우고 또 배운 것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학생들에게 시스템에 대한 개념을 가장 먼저 강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굳이 끄집어내어 말하는 것은, 이것을 단순히 학문적인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과연 우리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한번 짚어보고자 하는데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크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큰 틀(시스템) 속에서 여러 요소들에 의해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고 있다.
또한 정치, 경제 등의 큰 시스템은 다시 좀 더 작은 여러 시스템(서브시스템)에 의해 조정되고 결정되어지며, 내부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환경요소 나아가서 세계의 흐름 속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아가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사회의 발전을 이야기 한다면,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키고 보다 안정된 틀 속에서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사회가 구성원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별 탈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하며, 또한 한 나라의 경제나 기업과 같은 개별 경제주체가 원활히 움직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와 경제의 흐름을 뒷받침하는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되기 위해서도 정치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정치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기든 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조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 및 정치상황을 보면서, 과연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나 한지, 구축되어 있다면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헌정 역사가 50년이 넘는데, 아직도 국민이 안심하고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운영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고 있으며 선진국의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뒤떨어져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즈음 정치나 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척 한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개혁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시스템이라는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듯,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떠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니 말이다.
하루 빨리 제대로 된 국가 운영시스템이 구축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그러한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재 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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