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매스컴에서는 태권도 공원 경주유치 문제로 연일 떠들썩하다.
태권도 공원 유치를 위해 경주시에서는 지난 주말 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국토도보순례 출정식을 가졌다.
우리의 국기인 태권도 공원조성이 경주에 유치돼야하는 타당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태권도는 천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국 고유의 전통 무도이자 스포츠이다.
태권도의 기원은 4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먼 옛날의 태권도는 야생동물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일종의 자기보호 수단이었다.
신라시대에는 우리의 무예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신라의 원동력은 진흥왕이 창도한 군사·교육적 사회조직인 화랑도에 있었다.
화랑도는 귀족의 자제들로서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상무정신이 그들의 신조였으며, 통일신라의 도덕정신과 국력의 근원이 됐다.
이 화랑의 군사교육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태권도로 발전된 것으로 보여지며, 석굴암에 새겨진 부조상에 그 예가 잘 나타나 있다.
4천년의 역사를 가진 훌륭한 스포츠인 태권도는 현재 전 세계 160여 개국, 8천만명의 수련생을 가지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태권도 지도층들의 정치적 이해대립으로 인한 분열로 아직까지 국내에는 태권도 성전이 건립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주시가 태권도 공원 유치의 당위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태권도 공원 건립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필자는 지난 1998년 8월에 팬암태권도 연맹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팬암오픈태권도대회에 심판으로 미국에 간 적이 있다.
포틀랜드 출입국관리소에 도착하자마자 태권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물건을 수출하기 위해서 까다로운 세관절차를 거쳐야하지만 많은 짐을 가진 우리 일행은 아무런 제지도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한국의 태권도가 우리의 신분을 증명하는 입국사증인 셈이었다.
놀라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를 나오자 건장한 미국인들이 우리를 호위했다.
7일간 벌어진 경기 내내 우리는 VVIP라는 명찰을 단 채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많은 외국인들의 플래시 세례와 인터뷰 요청에 모든 세상을 다 가진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것이 태권도만이 얻어낼 수 있는 힘이다.
2년 전 중국의 지린(吉林)성 체육국 초청으로 지린시태권도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항에서부터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엉성한 환영에 이은 숙소 이동중의 불편한 교통수단은 정말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허술했다.
그러나 이튿날 길림 제4중학교를 방문하면서 실망감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모든 학교가 방학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길림 4중 전교생이 학교에 나와서 ‘열렬환영’이라는 붉은색 현수막을 내걸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길림 4중 교장의 안내로 만찬장에 들어섰을 때 또 한번 놀랐다.
체육을 담당하는 교사 및 학교 관계자 15명과 길림성 부주석이 우리를 국빈처럼 대접해줬다.
이처럼 태권도가 세계에서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데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태권도 성전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의 태권도 전당인 국기원은 초등학교의 강당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태권도를 보고 배우기 위해 국기원을 방문하고는 그 초라한 실상에 많은 실망감을 안고 돌아간다.
태권도 공원이 하루속히 건립돼야 하는 이유다.
태권도 공원 건립으로 인한 관광객의 유치, 한국 이미지 개선 등의 부수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지금 전국 2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태권도 공원조성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 경주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관광도시이며 태권도의 발상지로서 경쟁우위에 있다.
역사성이나 화랑도 정신이 살아 숨쉬는 경주야말로 태권도 공원의 최적지라 생각하며 2008 북경올림픽을 대비해 하루빨리 경주에 태권도 공원을 조성,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태권도 공원 경주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태권인의 한 사람으로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3백만 경북도민이 힘을 모아 태권도 공원 경주유치를 이루어내자. 고 재 용(포항1대학 경호스포츠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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