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3대 성덕대왕은 감은사를 지은 신문왕의 둘째아들이고 효소왕의 동생이다. 효소왕이 아들 없이 죽자 화백회의에서 그를 왕으로 정했다. 성덕대왕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주인공. 그 시절은 신라가 최고의 번영을 누리던 전성기였고, 당나라와의 교류도 대단히 활발했다.
성덕대왕은 뛰어난 아들을 하나 두었으니 그가 김교각(金喬覺)이다. 몇해전 불국사에서 ‘김교각 특별전’을 열었는데, 그 풍모를 보면, 기골이 장대하고 머리뼈가 불쑥 솟았으며 얼굴은 자비와 위엄을 함께 가졌다.
김교각은 24세때 개 한마리를 데리고 중국 구화산(九華山)에 들어가 정진하다가 99세에 앉은 채 입적(入寂)하면서, “내 시신을 묻지 말고 항아리에 넣은 후 3년후에 보라”는 유언을 남겼다. 3년후 항아리를 열어보니 전혀 변하지 않았다. 몸 전체가 사리(舍利)로 변한 것.
중국에는 불교의 4대성지가 있다. 관음보살이 사는 보타산, 보현보살이 사는 아미산, 문수보살이 사는 오대산, 그리고 지장보살이 사는 구화산이 그것인데, 구화산 지장보살은 물론 김교각을 일컬음이다. 사람들이 그를 지장보살이라 믿고 탑을 세워 그 속에 ‘사리로 변한 시신’을 모셔놓고 있다.
중국은 안휘성에 있는 구화산에 높이 1백55m의 세계최대 지장보살상(김교각상)을 2004년까지 건립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결가부좌한 채 열반한 모습 그대로를 거대하게 재현해서 ‘죄짓고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구해주려 애쓰는 지장보살을 높이 숭앙할 작정이다.
해인사가 높이 43m의 청동석가좌상을 70억원의 시주를 얻어 조성하려하자 실상사 수경스님이 ‘최대 불상은 속물주의 상징’이라며 ‘자운·성철 두 스님의 이름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려야 한다’ 하고, 해인사 수좌들은 ‘부모가 죽어도 선방을 나오지 않는 安居중에’ 떼를 지어 실상사로 쳐들어가 기물을 부수고, 舌戰이 아직 계속된다.
높이 1백55m라면 서울 여의도 63빌딩하고 맞먹는데, 그런 지장보살상을 지으려는 중국에서는 아무 말이 없는데, 기껏 43m짜리 석가상을 가지고 승려들이 입을 더럽히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는 ‘작은나라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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